[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인생에서 한 번쯤 버킷리스트로 세계 여행을 꿈꾸곤 한다. 큰 결심을 하고 떠나야 할 것 같지만, 가방 하나 달랑 메고 무작정 떠나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웹툰작가 기안84는 이 로망을 실현한다. 배우 이시언,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함께 지구 반대편인 남미로 떠나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준다. MBC TV 예능물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태계일주)다.
"처음에 기안84가 '아마존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당황스러웠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해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태어난 김에 훌쩍 떠나는 해방감, 어떻게 보면 거창한데 대책없는 느낌을 주고 싶다. 세계일주는 거창한데 태어난 김에는 반대 느낌이라서 아이러니 하지 않느냐.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인 우유니 소금 사막을 목적지로 정했지만, 막상 갈 때는 가방 하나 들고 룰루랄라 가고 싶었다."(김지우 PD)
태계일주는 김지우 PD의 메인 연출 데뷔작이다. MBC TV 예능물 '나 혼자 산다'에서 호흡을 맞춘 기안84, 이시언과 함께 해 케미스트리가 빛났다. 래퍼 쌈디와 그룹 '위너' 송민호, 개그우먼 장도연이 패널로 함께 했다. 일요일 오후 4시30분 편성에도 불구하고, 1·2회는 시청률 4.6%(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애초 총 6부작으로 기획했지만,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1회를 추가해 7회로 끝날 예정이다. "사실 이른 시간대에 시작해 걱정을 많이 했다. 일요일 4시 반이 낯설텐데, 생각보다 많이 좋아해줘서 다행"이라며 "출연진도 아마존에서 갔던 곳 하나하나 생생하게 생각난다고 하더라. 어쩌다 통화를 엿들었는데 기안84 어머니도 좋아하더라"고 귀띔했다.
나 혼자 산다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건 아니다. 무엇보다 '기안84와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기안84는 뭔가를 하면 스스로 즐겁고 행복해 하더라. 시청자들도 좋아해줄 것 같았다. 낯선 문화의 편견도 덜하다. 어떻게 보면 낯설고 당황스러울 수 있는데,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예능적인 재미를 추구하기 보다, (출연자가) 원하는 걸 최대한 실현하고 싶었다"며 "이시언은 해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는 게 꿈이었다고 하더라. 3회에서 오토바이 여행을 시작하는데, 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 현지인을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안84의 셀프카메라 촬영분을 더해 생생함을 살렸다. "출연자와 거리감이 조금 더 좁혀지더라"면서 "화면이 거칠고 가끔 흔들리기도 했지만, 날 것 같은 느낌이 났다"고 짚었다. "기안84는 실생활과 별 차이가 없다. 지켜보는 재미가 있어서 늘 카메라로 찍고 싶다. 혼자 보기 아까운 느낌도 있고, 옆에서 보면 즐겁다"며 "기안84가 악어고기를 먹고, 피라냐가 사는 강에 거침없이 뛰어들지 않느냐. 그 순간에 하고 싶은 걸 하는 대담함이 있다"고 강조했다.
애초 이시언은 드라마 촬영으로 인해 출연이 쉽지 않았다. 스케줄을 조정해 합류했고, 기안84와 아마존 현지에서 극적으로 만나는 상황이 그려졌다. 2회 방송 말미 두 사람의 갈등을 예고한 상태다. "두 사람이 싸울 거라고 예상했다.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해 담았다. 아무리 친하고 둘 없이는 못 살아도 여행 스타일이 다르면 갈등이 생기지 않느냐. 두 사람이 여행 갔다 와서 더 친해졌다. 지난주에 단 둘이 '에버랜드를 갔다 왔다'고 하더라. '이 추운데 왜 갔느냐'고 하니 '둘이 있는 게 재미있다. 할 것도 없고 해서 갔다'고 해 신기했다."
3회에는 빠니보틀도 등장할 예정이다. 수년 간 홀로 세계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초행자인 기안84와 이시언을 돕는 역할을 한다. "생각보다 잘 어우러졌다. 우리끼리 '빠니보필'이라고 부를 정도로 형들을 잘 챙겼다"며 "기안84, 이시언과 각각 케미스트리가 돋보였다"고 귀띔했다. 출연진이 영어를 잘 못해 제작진이 통역해줬지만, "너무 소통이 안 될 때만 제작진이 조금 개입했다. 개입하는 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해외에서 촬영하며 어려운 점도 많았다. 넷플릭스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처럼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할 수 없기에 선택과 집중을 했다. "솔직히 제작비가 큰 프로젝트는 아니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진행했다"며 "기안84와 이시언의 동선이 자유롭고, 편하게 여행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제작진을 최소화했다. 소수 인원으로 움직이다 보니 한 명 한 명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고산병이 있는 지대라서 카메라, 오디오 등 장비를 드는 스태프들은 고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계획 없이 간다고 해도 시작과 끝은 있지 않느냐. 시작과 돌아오는 시간은 맞춰야 했다. 남미 교통 상황이 좋지 않아서 중간에 표류 될까 봐 걱정했다. 돌아올 때 경유를 네 번 해 비행기를 다섯 번 탔다. 출연자가 여행 루트를 정하고 잠든 후 밤마다 제작진끼리 얘기를 나눴고 현실화할 요소와 대처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내가 부득이하게 나오는데, 웃음을 주기보다 이야기 전달자 역할만 하려고 했다."
초반 반응이 좋은 만큼, 시즌2도 기대해 볼만 하지 않을까. '목표 시청률이 10%냐'고 묻자 "아직 한 주 한 주 마음 졸이면서 편집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시즌제를) 논의한 적은 없지만, 더 잘 되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태계일주를 통해 망하는 여행의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찐친과 가서 숙소도 별로고 음식도 맛 없지만, 얼굴만 봐도 재미있는 여행을 느끼길 바랐다. 이번주에 기안84와 이시언이 여행 스타일 차이로 갈등을 빚는데,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 나갈 지가 관전 포인트다. 빠니보틀이 등장하면서 여행이 더욱 풍성해지고, 오토바이를 타고 남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를 달리며 풍광도 담았다. 현지에서 신기하면서도 우연한 사건이 펼쳐질 예정이니 재미있게 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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