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시스] 박종대 변근아 이병희 기자 = 올 한 해도 경기도는 각종 굵직한 이슈와 사건·사고로 숨 가쁘게 시계바늘이 돌아갔다.
지난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출마한 김동연 도지사 후보는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한 끝에 막판 추격에 성공하며 이재명 전 지사의 배턴을 이어받아 또 다시 민주당이 당선되는 드라마 같은 역전극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4년 전 민주당이 우세했던 도내 지방정가는 국민의힘이 우세한 상황으로 뒤바뀌었다. 국힘은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22곳을 휩쓸었고 경기도의회 역시 반등에 성공하며 78대78대 동수를 이뤄냈다.
우울한 사건·사고 소식도 끊이질 않았다. 연초부터 물류창고 화재로 인한 소방관 사망부터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비롯한 파리바게뜨 빵을 생산하는 SPC그룹 계열사 공장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근로자 사망사고는 국민들에게 슬픔을 안겨줬다.
김근식과 박병화 등 강력 성범죄자 만기 복역에 따른 출소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어지며 법 개정 등을 통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선 8기 경기도지사, 김동연 대역전극 당선
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피 말리는 맹추격 끝에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를 꺾고 역전에 성공, '민선 8기 경기도지사직'을 거머쥐었다.
개표가 시작된 뒤 9시간 넘게 뒤처졌던 김동연 후보는 282만7593표(49.06%)를 얻어 상대 후보였던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0.15%p 차이로 제치고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김 지사는 민선 8기 들어 처음으로 직접 짠 새해 예산안을 경기도의회가 회기 내에 처리하며 핵심 공약사업 등 도정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
취임 초 고위 경제관료 출신 '정치 초짜'인 김 지사가 여야 동수 의회를 감당할 수 있을는지 물음표였다. 그러나 여야정협의체 등 김동연표 협치를 위한 지속적인 소통 노력에 도의회가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보수교육감 13년 만에 당선
이른바 '진보교육의 산실'로 불리는 경기도에서 보수 성향의 임태희 교육감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향후 4년간 경기교육을 이끌어나갈 수장의 자리에 올랐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현직 교육감의 불출마 선언으로 13년 만에 '진보 대 보수' 양자대결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화제가 더욱 집중됐다.
임 교육감은 선거 기간 동안 '반(反) 전교조' 노선을 형성해 진보교육감 심판론을 주요 전략으로 꺼내들며 '9시 등교',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등 진보교육감표 정책에 맹공을 가했고, 결국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새롭게 보수교육감 체제에 접어든 경기도교육청은 '자율·균형·미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년부터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 추진 등 새판짜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야 판 바뀐 경기도 지방선거 결과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22곳을 휩쓸며 곳곳을 '빨간색'으로 물들였다. '29대2'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던 4년 전과 완전히 달라진 결과다.
인구 100만 이상 특례시인 수원시의 경우 이재준 민주당 후보가 개표 초반 열세를 뒤엎고 신승했으며, 고양·용인은 국민의힘 이상일·이동환 후보가 당선됐다.
피말리는 접전 끝에 군포 하은호 후보는 민주당 한대희 후보를 0.78%p, 안산 이민근 후보는 민주당 제종길 후보를 0.07%p 차이로 간신히 이겼다.
◇78대78 여야 동수 경기도의회
제11대 경기도의회 의석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절반씩 나눠가졌다.
거대 양당이 반으로 쪼갠 듯 같은 의석수를 차지한 것은 경기도의회 사상 처음이다. 제10대 도의회 전체 142석 가운데 민주당이 95%인 135석을 석권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구성이다.
'78대78' 여야동수라는 초유의 상황에 의장 선출 등 원 구성을 놓고 개원 뒤 한 달 넘게 파행하다 40일 만에 민주당 염종현 의장이 선출됐다. 이후에도 추가경정예산안, 여야정협의체, 인사청문회 등 여야 갈등이 이어졌다.
◇경기도·도의회 광교시대, 신청사 이전
경기도청이 55년 동안의 수원 팔달산 청사를 뒤로하고 5월30일 수원 광교 신청사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광교시대'를 열었다.
경기도의회는 도청보다 앞서 2월 7일 정식 개청했다. 도청, 도의회 등이 들어선 광교 신청사 융합타운은 지하 4층·지상 25층 연면적 16만6337㎡ 규모로, 사업비 4708억 원이 투입됐다. 2017년 9월 착공해 2021년 11월 준공됐다.
서울 광화문 경기도청사에서 이전한 1967년부터 사용된 팔달산청사는 건축문화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국가 등록문화재로 등록됐으며, 여기에는 경기도기록원·통합데이터센터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각종 의혹 수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가 진행된 한 해였다. 우선 검찰은 제21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 중 일부를 재판에 넘겼다.
또 수원지검은 이 과정에서 불거진 쌍방울 그룹의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아내 김혜경씨의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 아들 동호씨의 불법도박 혐의 등을 수사해 검찰로 넘기며 관련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최근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고, 이에 맞서 이 대표는 "이재명을 죽인다고 무능함과 불공정함이 감춰지지 않는다. 가장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정권이 바로 윤석열 정권"이라고 현 정권을 비판했다.
◇수원 세 모녀 사건, 복지사각지대 문제 대두
지난 8월 수원에서 세 모녀가 자신이 살던 연립주택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세 모녀는 "세입자 집에서 악취가 난다"는 건물 관계자 신고를 통해 발견돼 숨진 사연이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이들이 남긴 A4용지 9장 분량의 유서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문제 등으로 힘들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던 것으로 전해졌고, 먼저 숨진 아들의 지인이 사는 화성시에 주민등록만 둔 채 수원에서 전입신고도 하지 않은 채 거주해왔던 사실이 밝혀졌다.
사정이 이런 데도 정부나 지자체는 이러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 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같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 대한 특단의 조치 마련을 주문했다.
◇강력 성범죄자 잇단 출소, 김근식 재구속·박병화 화성 거주
미성년자 성폭행범인 김근식은 2006년 수도권 일대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15년간 복역을 마치고 올 10월 출소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김근식이 출소 이후 의정부 소재 갱생시설에서 지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사회는 해당 시설의 입소 철회를 요구하며 민심이 들끓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근식 범행으로 추정되는 미제사건을 찾아내고 DNA 대조 결과 피의자가 김근식인 것으로 파악하고 결국 구속해 다시 재판에 넘겼다.
또 다른 연쇄성폭행범 박병화 역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수원에서 다수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15년형을 선고받아 지난 10월 만기출소했다.
박병화가 경기 화성시 한 대학가 근처에서 거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는 그의 거주를 반대하는 목소리와 함께 강력 성범죄자에 대한 양형 제도를 손 봐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파리바게뜨 20대 여성 근로자 사망 사고
지난 10월 평택시 SPL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배합기 기계에 상반신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해당 공장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계열의 제빵공장에서 이 같은 사고가 나면서 국민적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공개사과에 나섰다.
허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3년간 1000억원을 안전관리에 투입해 안전경영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이틀 만에 또 다른 계열사 공장에서 40대 남성 근로자의 손가락 일부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평택 화재 소방관 사망 등 물류창고 사고 여전
지난해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소방관 1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올해도 비슷한 사건이 또다시 반복됐다. 지난 1월 평택 물류창고 신축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당시 출동했던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3팀 소속 소방관 3명이 숨졌다.
물류창고 공사장 안전사고 잇따랐다. 지난 9월 이천시 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근로자 4명이 떨어지는 사고가 났다.
10월에도 안성시 저온물류창고 신축공사장에서 작업자 5명이 추락해 3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현장 시공사인 SGC이테크건설 전국 31개 현장에 대한 감독을 실시했고 이 중 29개소에서 총 142건의 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한편 노동부는 물류창고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화재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점검 주기를 현행 6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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