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이민시도자들, 미 남부국경의 타이틀42 제한 지속에 낙담

기사등록 2022/12/21 21:09:01

코로나 방역 이유의 '망명신청 제한조치' 해제 앞두고 다시 효력

[AP/뉴시스] 텍사스주 동부 국경도시 앨패소가 건너편에 있는 멕시코 후아레즈에서 20일 이민 시도자들이 장벽 앞에 모여 있다
[앨패소(미국)=AP/뉴시스] 김재영 기자 = 미 남부 국경을 통해 미국에 망명 신청을 시도하던 수많은 중남미 이주시도자들이 이 신청을 막아온 트럼프 시절의 조치가 온존하게 되자 낙망을 금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도 이들의 미국 유입 열기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19일(월)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은 하루 반나절 뒤 화요일 자정으로 예정되었던 망명신청 '제한' 조치의 '해제'를 연기시켰다. 이 제한 조치는 트럼프 정권 때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부과되어 합법 신청을 봉쇄하고 불법 국경유입을 부추겨왔다.

로버츠 판사의 연기는 보수 단체의 소송 제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일시적일 수 있다. 한편 이민에 우호적이던 조 바이든 정부는 해제 직후 상황을 고려해서 20일 대법원에 '25일 크리스마스 전에는 제한을 해제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에 최소한 크리스마스까지는 3년 가까이 부과된 제한이 온존하는 것이다.

문제의 망명신청 제한조치 '타이틀 42'는 원래대로 하자면 2000㎞ 멕시코 접경의 미 남부 국경에서 화요일 자정(한국시간 21일 오후4시)에 전면 해제될 예정이었다. 이 시점에 텍사스주 국경도시 앨패소의 리오 그란데 강 제방은 텍사스 주방위군이 배치된 가운데 아주 고요했다.

앞서 앨패소 접경지에서만 수백 명의 이주시도자들이 방위군이 세워놓았던 철책 옆에 모여 '보다 자유롭게 국경을 넘어 망명신청을 할 수 있기'를 학수고대했다. 그러나 수 시간 전 미국 관리들로부터 게이트로 가서 그룹을 짓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흩어졌다.      

엘패소의 맞은편 멕시코 도시인 후아레즈에는 수백 명의 이민 시도자들이 제한 해제가 곧 이뤄져 어서 미국 땅으로 들어갈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엘패소에서 2000㎞ 떨어진 캘리포니아주 접경의 멕시코 도시 티후아나에는 5000명의 입국 희망자들이 30여 대기 수용소에 머물고 있으며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과 아파트를 빌려 대기하고 있다. 상황이 아무것도 바꿔지 않는다는 말이 망명과 이민 및 입국 희망자들 사이에 돌면서 20일 저녁의 국경은 조용했다.

샌디에고가 바로 앞에 있지만 촘촘해서 몸을 들이밀 수 없고 맨위에 면도날 철망이 둘러진 30피트 높이의 장벽이 가려놓여 있다.

[AP/뉴시스] 미 앨패소로 들어갈 수 있는 멕시코 땅에서 이민 시도자들을 미 군인들이 가로막고 있다
이 코로나 방역 이유의 망명 제한 조치에 의거해 미 국경 경비대는 이미 미국 땅에 발을 들어놓았던 입국자 250만 명을 추방했다. 또 국경 센터에서 망명을 신청했던 사람 대부분을 코로나 확산금지 취지의 타이틀 42을 들이대며 대부분 거절하고 멕시코로 돌려보냈다.  

미국 법률과 국제법은 모든 사람의 망명 신청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정부는 해제를 늦출 것을 요청하면서 또 보수적 한 단체가 요구한 '제한 조치의 지속'도 거부할 것을 대법원에 같이 요청했다.

바이든 정부는 남부 국경을 불법 유입자들로부터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숱하게 듣고 있지만 "제한 조치를 무기한 연장하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한을 풀면 즉시 불법 국경 입국이 지금보다도 더 급증할 것이나 일시적일 수 있다고 본다.

이민 시도자를 옹호하는 미 단체들은 1944년 보건법에 의해 부과된 타이틀 42는 박해를 피해서 미국으로 탈출해온 사람들에 대한 미국 및 국제법 의무에 반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코로나 상황이 개선된 시점에 공중보건을 이유로 국경지의 망명신청을 극히 제한하는 타이틀 42 재가동과 이의 지속은 이제 구식의 핑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방 정부에 따르면 현재 2만3000명의 요원들이 남부 국경 지대에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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