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규제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주딤대 금지 규제를 해제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30%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9·13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신규 주담대를 금지한지 4년여 만에 빗장을 푸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간 규제지역에서 주담대를 받을 수 없었던 다주택자들은 내년부터 LTV 30%까지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정부는 규제지역 무주택자 LTV의 경우, 시장 및 가계부채 여건을 보면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실수요자에 대한 규제 개선 및 서민 주거부담 완화를 추진하기 위해 생활안정·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담대(보유주택 주담대) 규제도 완화, 주택 구입시와 동일한 LTV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이에 9억원 초과 주택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목적으로 주딤대를 받을 경우 3개월 이내 해당 주택에 전입해야 하는 의무도 폐지된다.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 2억원과 15억원 초과 아파트 임차보증금 반환 주택담보대출 한도 2억원도 폐지된다.
이에 앞서 정부는 이달부터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1주택자에 대한 LTV를 주택가격과 무관하게 50%로 단일화했고,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고가아파트에 대한 신규 주담대 금지 규제도 해제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가 다주택자들에 대한 대출 규제까지 풀어주고 나선 것은 최근 금리 급등 등으로 주택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며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다주택자, 실수요자 등에 대한 과도하고 징벌적인 규제를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주담대 금리가 8% 돌파를 앞두고 있는 고금리와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크게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다주택자의 대부분은 임대사업자들인데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대출을 더 받아 주택을 구입해 임대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또 금리 부담과 상관없이 거래만 활성화되면 임대 수익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이자 비용보다 많아 자금을 회전할 수 있는데 지금 같은 전세난에는 회전이 막혀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그간 다주택자들에 아예 신규 주담대 자체가 금지됐으니, 이를 일부 풀어주면 자금 융통 가능성이 올라가 숨통이 조금 트일 순 있다"며 "다만 세입자 구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진 '세입자 우위 시장'에서 다주택자들의 대출 수요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권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한다. DSR은 주담대,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현재 총대출액이 1억원 이상인 차주들에 DSR 40%가 적용되고 있다. 소득이 낮으면 LTV 규제가 아무리 풀린다 해도 DSR에 묶여 LTV 상한까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를 4억~5억원정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연 소득이 7000만~8000만원 이상은 돼야 하고, 거기에 마이너스 통장 또는 다른 대출이 있다면 연 소득이 최소 1억원 이상이 돼야 한다"며 "임대사업자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일반 다주택자들의 경우 이미 DSR 한도가 거의 차있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니 최근 들어 규제가 풀리고 있지만 아직 가장 큰 DSR이란 '대못'이 남아있다"며 "결국 DSR을 건드리지 않는 한 아무리 다른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도 서민 등 실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은 크지 않고 결과적으로 현금부자들만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현 시점에서 DSR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의 모든 문제가 과잉 유동성에서 비롯됐는데 사실 과잉 유동성은 거꾸로 보면 부채가 많았다는 것"이라며 "우리 경제는 부채가 굉장히 많아 외부에서 충격이 왔을 때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 상태에서 금리가 갑자기 높아지니 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DSR을 완화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도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라는 목표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늘어난 가계부채 위험을 관리하는 목표도 있다"며 "지나치게 강했던 LTV 규제는 정상화하고 DSR 규제는 차주가 상환할 수 있는 소득 능력 범위 내에서 빌릴 수 있는 대출 관행을 정착시킨다는 의미에서 당분간은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