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한재혁 기자 = 생계의 어려움을 이유로 보험을 해지하거나 보험금 납입이 어려워진 계약자들이 증가하면서 보험사들의 관련 환급금 역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생명보험협회(생보협)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국내 생명보험사 23곳의 해지환급금 지급액은 약 24조33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9조7332억원) 보다 약 23%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올해 해지환급금 증가 속도도 빨라졌다. 해지환급금은 지난해 매달 평균 1조3000억원 내외 늘어났다. 반면 올해는 지난 1월 약 2조2243억원을 시작으로 2월에는 4조4229억원, 3월에는 6조8063억원으로 집계돼 매달 평균 2조2000억원 가량씩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또 보험료 미납으로 효력상실이 발생할 경우 납입 보험료 중 일부를 되돌려 받는 효력상실환급금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효력상실환급급은 지난 1월 1026억원으로 지난 9월까지 9384억원이 집계됐다.

이처럼 생보사들의 해지환급금 등이 증가하는 데에는 물가와 금리가 동시에 상승해 계약자들에게 이중고로 작용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생보 업계 관계자는 "급전이 필요할 경우 약관 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지만 최근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을 하면 더 큰 손해가 발생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손실을 감수 하더라도 보험을 해지해 자금을 마련하려는 고객이나 보험료 납입 자체가 부담스러워 계약을 해지하는 계약자들이 속출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는 연초 3%대에서 가파르게 높아져 7월 6.3%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5%대로 다소 둔화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보험약관 대출의 금리도 높아지고 있어 부담으로 작용했다. 보험계약대출은 장기보험 가입자가 가입한 보험계약을 담보로 납입한 보험료의 해지 환급금 범위 내에서 대출받는 것을 말한다. 생명보험사 보험약관대출 금액은 9월 47조7625억원으로 6월 44억3978억원에 비해 3조원 이상 증가했다.

통상 보험계약대출은 그 금리가 은행 대출금리보다 낮으나 일부 보험 대출의 경우 금리가 최대 9.9%로 책정되기도 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계약자 입장에선 여전히 부담이 크다.

생보협 관계자는 "최근 종신보험 등 납입 보험료 대비 환급금이 적은 상품까지도 환급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며 "통상적으로 경기 침체기에는 보험 해지율이 높았는데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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