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유학 가 41세에 귀국한 '軍미필'…대법 "처벌 가능"

기사등록 2022/12/20 12:00:00

병역법상 국외여행 허가의무 위반 혐의

대법원 "공소시효, 허가 만료 일에 시작"

"체류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중지 상태"

[서울=뉴시스]대법원. 2018.12.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남성이 국외여행 허가의무를 위반하고 외국에서 불법체류했다면, 체류 기간은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1992년 7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군 면제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남성은 유학기간 동안 병무청으로부터 국외여행 허가를 연장받아야 한다.

A씨가 마지막으로 허가를 받은 국외여행 기간은 2002년 12월31일까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만료일 15일 전까지 연장을 허가 받아야 했지만, A씨는 추가 연장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자도 2005년 만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외국에서 불법체류하던 중 2017년 4월 귀국했다. 검찰은 A씨에게 국외여행 허가의무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겨졌다. 2002년 12월 당시 병역법은 국외여행 허가의무 위반자를 징역 3년 이하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1심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면소 판단했다. A씨의 국외여행 허가의무 위반 행위는 2002년 12월31일 종료됐고, 공소시효(3년)가 지난 뒤에 검찰이 A씨를 기소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도 A씨 사건의 공소시효는 2002년 12월31일로부터 3년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외여행 허가의무 위반죄는 즉시범이라고 판단했다. 국외여행 허가가 종료됐음에도 귀국하지 않은 때에 범죄가 성립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소시효는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외국에 체류한 것이 형사 처벌을 피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의심되기 때문에 외국 체류 동안은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은 범인이 형사 처벌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계속 국외에 머무르는 경우도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대법원은 A씨가 이미 4차례 국외여행 연장 허가를 받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더욱이 병무청은 귀국보증인들에게 A씨가 귀국하지 않은 사실도 통보했다.

A씨가 입영의무 등이 면제되는 36세가 넘어 41세에 귀국한 것 역시 감안됐다. 대법원은 형사 처벌을 피하기 위한 목적과 상반되는 다른 목적이 A씨에게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국외여행 허가의무 위반 혐의가 즉시범이며 공소시효는 국외여행 허가기간 만료일이라는 것을 명확히 밝혔다. 아울러 공소시효 정지 사유가 있는지 심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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