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발표 후 자사주 30만주 매입, 스와프로 우호지분 만들어
이우현 부회장 지분 5.04% 그쳐, 자사주가 지배력 강화 도화선
오너 위한 '무분별한' 자사주 스와핑 막아야 한다 목소리도
◆OCI, 인적분할 발표 후 자사주 대거 매입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OCI는 지난달 자사주 30만주를 집중 매입했다. 이 매입 시점은 OCI가 지주회사인 OCI홀딩스(존속회사)와 사업회사인 OCI(신설법인)로 나뉘는 인적분할을 발표한 직후였다.
이에 앞서 OCI는 지난 3월 KB증권과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는 지난 9월까지 단 1주도 매입하지 않았다. 지난 4~5월 OCI 주가가 약세를 보인 이후 7월말 주가가 1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때도 자사주 매입은 없었다.
OCI 관계자는 "올해 자사주 취득은 (KB증권과 맺은) 기존 자사주 취득 계약 사항을 이행하려는 취지"라며 "이전까지는 인적분할 계획에 따른 미공개 정보 활용으로 오해 받을 수 있어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이었지만 인적분할 공시가 난 이후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를 대거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인적분할이 비적격분할로 판정되면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에 상당한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며 "비적격분할 판정을 막는 차원에서 자사주가 필요했고, 지배구조 영향을 최소화하는 목적에서 적격 요건을 갖출 최소 한도로 자사주를 매수했다"고 덧붙였다.
◆이우현 부회장, '우호 지분' 확대 수단으로 자사주 활용
그러나 OCI가 사들인 자사주는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매입했다기보다 기업 오너인 이우현 부회장의 낮은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수단이 됐다는 지적이다. 인적분할 배정 기준일(내년 4월28일 예정) 이전에 구입한 자사주로 얻게 되는 분할 신주는 일종의 현물 출자로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지분율을 동시에 높이는 효과가 있다.
OCI의 인적분할 비율은 OCI홀딩스(존속회사)와 OCI(신설회사)가 69대 31이다. 이는 곧 OCI가 보유한 자사주 지분 1.25%로 새로 설립되는 OCI 주식 0.56%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인적분할 전 OCI 자사주가 인적분할 후 OCI홀딩스는 물론 OCI 지분까지 늘리는 도화선이 되는 것이다.
OCI는 이 과정에서 OCI홀딩스 자사주를 이우현 부회장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아군'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 자사주를 외부 다른 기업 주식과 스와프를 통해 '의결권 있는' 우호 지분으로 바꿀 수 있어서다. OCI 관계자는 이와 관련 "내년 인적분할 신주의 현물출자 계획에 대해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OCI는 이전에도 자사주를 스와핑해 오너 지배구조 강화에 활용한 사례가 있다. OCI는 지난 2020년과 2021년 2년 동안 KB증권을 통해 자사주 30만주를 사들였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10만주를 집중적으로 매입하며 자사주 지분율을 1.25%로 끌어올렸다.
이렇게 모은 자사주는 지난해 12월 '전략적 사업제휴' 명분으로 금호석유화학으로 넘겼다. 일종의 자사주 스와프(맞교환)으로 이렇게 하면 원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금호석유화학에 넘긴 자사주는 의결권이 생겨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
OCI가 자사주 스와프와 인적분할을 통해 지속적으로 우호지분을 늘린 배경은 이우현 부회장 지분율이 너무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부친인 고(故) 이수영 회장으로부터 OCI 주식을 상속받았지만 상속세 납부를 위해 이를 일부 매각했다.
현재 이 부회장의 OCI 지분율은 5.04%로 큰아버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5.43%)과 이복영 SGC그룹 회장(5.40%)보다도 더 낮다. 모친인 김경자 송암문화재단 이사장(0.83%)과 여동생인 이지현 OCI미술관 관장(1.89%), 송암문화재단(1.23%), 송도학원(0.36%) 지분을 더해도 이 부회장 측 지분율은 10%를 넘지 못한다.
이 부회장이 OCI 지배력을 확고히 할 지분율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이유는 주식을 사들일 자금이 부족해서다. 이 부회장은 동생 이우정씨와 함께 소유하던 태양광 패널 회사 넥솔론이 청산되면서 상속세 재원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07년 설립된 넥솔론은 OCI를 등에 업고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코스피 상장에도 성공하며 이 부회장의 OCI 지분을 늘릴 자금줄 역할을 할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주력인 태양광 시장이 급속도로 침체하며 넥솔론은 2014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법정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2017년 청산 결정이 나면서 이 부회장의 넥솔론 지분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오너일가, 지배력 편법으로 높이는 '자사주 매입' 막아야
이처럼 일반 주주들을 위한 자사주 제도가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자사주와 인적분할을 결합해 기존 회사는 물론 신설회사 신주까지 배정받는 것은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일종의 '자사주 꼼수'로 비쳐질 수 있어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자사주 마법과 자사주의 본질'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상장기업 인적분할 사례 193건을 분석한 결과, 인적분할 후 지배주주의 존속회사 지분율은 15%p 더 상승했다. 여기에 신설회사 지분율도 11%p 증가해 전반적으로 인적분할이 오너들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됐다.
반면 외부 주주의 보유비중은 분할 전보다 6%p(시가총액 기준) 더 줄어 부의 배분 측면에서도 왜곡이 발생하는 모습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은 연구원은 "인적분할에서 자사주 마법이 가능한 것은 경제적으로 자산으로 간주하기 어려운 자사주를 법령상 자산으로 인정하는 모순 때문에 벌어진다"며 "지배주주가 자사주 매입을 남용할 소지를 줄이고 자사주의 순기능을 정확히 하려면 자사주 취득을 자본 환급과 주식 소각으로 간주하는 일관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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