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투표 보이콧 호소…최근 가장 낮은 투표율 기록
가디언, 도이체벨레(DW), BBC 등에 따르면 튀니지에서 17일 161석을 다투는 의회 선거 투표가 열렸다. 수도 튀니스 투표소에서는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이 투표 후 이 나라를 바꾸는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며 국민에게 투표를 당부했다.
튀니지 선거관리당국에 따르면 대부분 투표소에서 투표가 마감된 오후 6시 기준 투표율은 8.8%로 900만 유권자 중 상당수의 무관심 속에 극히 낮은 수준에 그쳤다. 튀니지의 물가상승률 9%에도 못 미치는 이러한 저조한 투표율은 최근 역사상 가장 낮은 선거 투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이 같은 투표율은 2019년 총선의 약 40%와 비교된다. 1차 개표 결과는 오는 19일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튀니지 선거관리위원회인 독립고등선거청(ISIE)의 관리들은 총선 최종 득표율을 8.8%로 발표했지만 추가 득표가 표로 작성되면 약간 증가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의회를 해산한 이후 사에드 대통령은 새 헌법을 도입해 정당의 영향력을 크게 줄였다. 그는 2011년 처음으로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지역 시위의 물결을 이끈 이후 정치계를 지배해 온 '엔나흐다 운동(부흥운동)'에 대해 특별한 분노를 표출했다.
튀니지에서는 올해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총리를 지명하거나 의회를 대신해 정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헌법 개정을 대통령이 주도했고, 주요 정당 상당수는 독재의 길을 열어줌으로써 민주주의에 역행한다고 반발하며 총선 보이콧을 촉구했다.
많은 정당이 결석한 상황에서 일부 유권자는 선거가 실시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등 투표율 상승이 눈에 띄게 저조했다.
튀니지 수도 튀니스 인근 카바리아의 노동자 계급 구역에 있는 두 개의 투표소에는 17일 오후 1시까지 투표소 2곳에 1800명의 등록 유권자 중 각각 약 100명의 투표하는 데 그쳤다. 메디나 부근 한 투표소에서는 유권자 900명 중 약 40명이 투표했다.
치과의사 라미아 카문은 가디원에 투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전하면서 "희망이 없다. 나는 이 나라에 희망을 품고 있었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저조한 투표율에 튀니지의 야권은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이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튀니지의 야당연합인 '전국구원전선'은 "토요일(17일) 여론조사가 "대실패"라며 조기 대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촉구했다.
이번 총선 투표는 대부분의 야당에 의해 보이콧됐다. 야당들은 사이에드 대통령이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이루어진 민주적 발전을 뒤집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아랍의 봄을 촉발한 사건 12주년에 치러졌다. 당시 튀니지의 과일노점상인 모하메드 부아지지는 지네 엘 아비딘 벤 알리의 장기 집권 하에 심각한 경제 상황 때문에 분신했다. 그의 절박한 행동은 독재자의 축출로 이어진 시위를 촉발했고, 아랍 세계 전역에서 유사한 봉기를 촉발했다.
튀니지는 11년 전 시민 시위로 독재적 정권을 무너뜨린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의 유일한 성공 사례로 꼽혀 왔지만 다시 권위주의적 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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