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스요금 크게 인상돼 난방비 부담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최저기온 영하 10도, 체감 기온은 영하 15도까지 떨어진 지난 17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구천동에 있는 쪽방촌에는 여전히 추위와 씨름하는 이들이 있었다.
10㎡가 채 되지 않는 쪽방이 촘촘하게 붙어있는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한모(82)씨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추운 겨울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총 아홉 가구가 살 수 있는 이 쪽방촌의 집주인이자 이곳에서 사는 주민이기도 하다.
한씨가 살고 있는 방 안으로 들어서자 한쪽 벽에 외풍을 막아보려는 듯 나무 합판 등이 불규칙하게 덧대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기가 느껴지는 방을 채우고 있는 것은 낡은 옷장과 작은 TV, 그리고 여러 겹의 이불과 전기장판 등이 전부였다.
한씨는 "방문이 아귀가 안 맞아서 바람이 그대로 새어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럽게 날이 추워졌음에도 한씨는 보일러를 틀기보다는 전기장판에 더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한씨의 수입은 세입자들에게 한 달에 10만~20만 원의 월세를 받는 것이 전부인데, 가구수가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데다가 최근 가스요금 등이 많이 오르며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달 초 한파가 닥쳤을 때도 한씨가 추위를 피한 방법은 온갖 옷을 껴입고 이불 속에 꽁꽁 틀어박혀 있는 것이었다.
한씨는 "너무 춥지만 보일러는 잘 안 틀고, 씻을 때도 그냥 물을 끓여서 쓴다"면서 "디스크, 골다공증 등을 앓고 있어 병원까지 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난방까지 틀기에는 비용이 감당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한씨의 가장 큰 걱정은 한파보다는 눈이다. 그는 "지난 여름 비가 많이 왔을 때 지붕에서 물이 계속 새서 힘들었다"면서 "눈이라도 많이 와 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이곳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주민 문모(50대)씨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기가 가득한 주방 옆 문씨가 몸을 누이는 방 안에는 작은 옷장과 전기장판이 깔린 매트리스, 그 위에 걸려있는 문씨의 겉옷이 대부분이었다.
벽에는 그가 직접 구해온 단열재들이 가득 붙어있었으나 외풍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문씨 역시 최근 가스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비싼 난방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장판과 전기 온풍기를 이용해 겨울을 나고 있다.
문씨는 "평균 1만5000원쯤 나오던 가스비가 최근 4만3000원 정도로 두 배 이상 치솟아 보일러는 틀 엄두도 못 낸다"면서 "바람이 많이 불면 귀가 시릴 때도 있어 타이거 마스크를 끼고 잘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며 덩달아 오른 가스요금이 쪽방촌에 살고 있는 이들의 겨울을 더 춥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가스보일러 대신 연탄이나 등유 등을 사용한다고 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연탄도 인건비, 배달비 인상 등의 영향으로 올해 1장당 850~900원으로 가격이 올랐으며, 난방용으로 쓰이는 실내 등유 가격도 L당 1600원대 가격을 유지하며 올해 초 1100원대와 비교해 크게 인상됐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취약계층을 위한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고물가·고금리로 경제적 위기가 지속되는 점도 우려되는 점이다.
도내 한 연탄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전에는 여러 지원금과 후원금을 다하면 예산이 6000만~7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코로나가 터진 뒤에 2000만원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면서 "최근에는 분위기가 나아지며 후원금이 그때보단 늘어난 상황이나 절반 수준 정도"라고 설명했다.
취약계층을 위해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한 단체는 "자체 운영비로 급식소를 운영하는 데 물가가 오른 데다 물가 인상으로 급식소를 찾는 인원도 덩달아 늘어나 상황이 쉽지 않다"면서 "최근 들어온 후원과 근처 학교에서 남는 급식물량을 지원받아 도움을 드리고 있으나 당장 다음 달부터 방학하게 되면 막막해질 것 같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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