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증권형 토큰' 가이드 내달 공개한다

기사등록 2022/12/14 06:00:00

금융위 관계자 "내년 1월 가이드라인 우선 발표"

"증권사 대부분 STO 기술력 갖춰…경쟁 치열할 것"

"코인 발행사, 가이드 맞춰 증권성 따져볼 수 있어"

권오훈 변호사 "가상자산 사업자, 가시적 변화는 없을 것"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금융위원회가 연내 공개할 예정이었던 '증권형 토큰(STO)' 가이드라인을 내년 1월 내놓는다. 국회가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지 못하자 행정부 자체적으로 별도 가이드라인을 공개해 사업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다.

증권형 토큰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을 말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달리 블록체인을 활용해 발행 및 유통하는 증권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을 준수해야 한다. 부동산, 미술품, 주식 등 다양한 자산을 분할 소유(조각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며, 실물 가치에 근거하기 때문에 다른 디지털 자산보다 리스크가 낮다는 특징이 있다.

13일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증권성을 갖춘 토큰의 정의와 유통을 위해서는 제도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며 "가상자산(가상화폐) 기본법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 타이밍에 맞춰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기는 어렵겠다고 판단해 내년 1월 우선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가상자산 관련 사건들이 여러 개 터지면서 관련 가이드라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럴 때 가이드라인과 규제를 마련해놔야 한다"며 "사업자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라 재량의 범위에 있던 '증권형 토큰 사업'을 보다 명확하게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들 대부분 STO 기술력 갖춰…치열한 경쟁 예상"

예고대로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이 내달 발표된다면 국내 증권사 및 가상자산 발행사들이 높은 관심을 보일 전망이다. 특히 최근 증권사들이 신규 먹거리로 '증권형 토큰'을 꼽으며 관련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이번 가이드라인에 특히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5일 두나무 계열사이자 블록체인 전문기업인 람다256과 함께 증권형 토큰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능 검증(PoC)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두나무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다.

신한투자증권은 해당 사업을 통해 어떤 기초자산이든 토큰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 ▲디지털 지갑 설계 ▲토큰 발행·청약·유통 ▲기존 금융시스템과 연동 등 증권형 토큰 관련 기술을 내재화할 계획이다.

이외에 KB증권 역시 지난달 증권형 토큰 플랫폼 핵심 기능 개발과 테스트를 마쳤다고 밝혔다. 또한 당국의 가이드라인만 공개된다면 그에 맞춰 내년 상반기 해당 플랫폼을 공개하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이들과 함께 NH투자증권과 SK증권, 키움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도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 A씨는 "대부분 증권사 모두 STO 기술력은 모두 갖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 가이드라인과 제도만 마련되면 실전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당국에서 가이드라인만 제공해도 지금보다 명확하게 사업을 준비할 수 있어 다들 반길 것"이라며 "대부분 증권사가 업무협약(MOU) 등 다양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코인 발행사는 가이드 따라 '증권성' 따져볼 수 있어"

[서울=뉴시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형 토큰 규율체계 정비방향'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2022.09.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가상자산 발행사들은 내달 공개되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발행한 코인의 증권성을 따져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기존 자본시장법 규칙을 구체화해서 행정 가이드라인을 제안하는 수준일 거란 전망이 우세해 파격적인 기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가장 난감한 질문 중 하나가 현재 거래 중인 가상자산 중 증권성이 인정되는 가상자산은 몇 개냐는 것"이라며 "금융위는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을뿐더러 수백 개의 가상자산을 일일이 따져보기도 어렵다. 이에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 발행사 및 거래소들은 내년 초 공개하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자신들이 발행 및 유통하는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증권으로 포섭될만한 가상자산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가상자산 사업자 입장에서는 가이드라인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가시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증권성을 따져보는 '예측 가능성'이 조금 더 생긴 수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어떤 가상자산이 증권인지를 따져보려면 토큰이코노미 등을 전부 대입해 따져봐야 한다"며 "내달 나오는 가이드라인은 기존 자본시장법 규칙을 구체화한 수준의 기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랩스가 2년가량 이어오고 있는 소송 결과 또한 향후 당국의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SEC와 리플랩스는 리플(XRP)의 증권성 여부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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