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월드컵 최다 골차 패…1954 한국-헝가리 0-9
역대 월드컵 최단 시간 골…2002 한국-터키 3·4위전
카타르월드컵 16강전, 브라질에 전반 4실점
우루과이와의 1차전 안 막아도 0골…유효 슈팅 無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통산 11번째 '꿈의 축구 무대'를 밟았다. 특히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시작으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까지 무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긴 역사만큼이나 지우고 싶은 기억도 많다. 이른바 '흑역사'다. 최다 득점차로 패배해 세계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고, 역대 월드컵 최단 시간 득점의 희생양이 돼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최다 골차 패배
한국 축구 대표팀은 역대 월드컵 최다 골차 패배라는 '흑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의 월드컵 데뷔전이었던 1954년 스위스 대회 1차전에서 한국은 헝가리에 0-9로 대패했다. 한국의 9골 차 패배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 헝가리-엘살바도르 10-1 ▲1974년 서독 월드컵, 유고슬라비아-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 9-0과 함께 역대 최다 골차 패배 공동 1위에 올라가 있다.
한국은 1954년 대회 2차전에서도 튀르키예에 0-7로 7골 차 패배를 하며 한 대회에서 한 팀이 16실점을 한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 역대 최다 실점 기록으로 남아있다.
1954년 스위스 대회는 한국전쟁이 끝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열렸다. 당시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도쿄에서 미군 수송기를 얻어타고, 5번이나 비행기를 갈아탄 끝에 64시간 만에 스위스에 도착했다.
대회 개막 이틀 후에야 스위스에 도착한 한국 대표팀은 숙소에서 태극기와 등번호를 유니폼에 직접 바느질한 후 첫 경기를 치렀다. 대표팀 평균 연령은 36세였다.
상대는 당시 세계 최강팀이었던 헝가리였다. 헝가리는 지금도 한해 가장 멋진 골에 수여하는 'FIFA 푸스카스상'으로 이름이 남아 있는 페렌츠 푸스카스가 이끌고 있었다.
당시 외신 기자들은 0-9로 패배한 게 기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 대표팀은 투혼을 펼쳤다.
◆역대 월드컵 최단 시간 골
한국은 역대 월드컵 최단 시간 골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골은 2002 한일 월드컵 한국과 터키의 3·4위전에서 나왔다. 당시 터키 대표팀 스트라이커 하칸 쉬퀴르가 킥오프 11초 만에 홍명보의 공을 가로채 득점을 기록했다. 아직 깨지지 않고 있는 월드컵 역사상 최단 시간 득점이다.
2위는 한국의 경기보다 5초 늦어 경기 시작 16초 후에 골이 들어갔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바클라프 마세크가 1962 칠레 월드컵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기록한 골이다.
이어 독일의 에른스트 레흐너가 1934 이탈리아 월드컵 3·4위전에서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넣은 25초가 3위, 1982 멕시코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와 프랑스전에서 나온 잉글랜드의 브라이언 롭슨의 27초 골이 4위를 기록했다.
◆전반 4실점·토너먼트 최다 골차 패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흑역사'도 있다.
6일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한국은 전반에만 4골을 허용했다. 한국 대표팀이 1954 스위스 월드컵 조별리그 이후 처음 기록하는 전반전 4골 차다. 무려 68년 만이다. 당시 한국은 1차전 헝가리, 2차전 튀르키예에 모두 전반 4골씩을 내줬다.
한국은 이날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1-4, 3골 차 패배하며 역대 '토너먼트' 최다골 격차 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토너먼트'에 출전한 것 자체가 이번 대회까지 세 차례뿐인데, 이전에 패한 토너먼트 경기에서는 모두 한 점 차 승부를 벌인 바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선 독일과의 준결승에서 1대 0으로 졌고, 터키와의 3·4위전에서는 2 대 3으로 패해 최종 4위에 올랐다.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16강전에선 1 대 2로 패하며 8강 진출이 불발됐다.
◆골키퍼 없었어도 0골…유효 슈팅 無
24일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에서도 흥미로운 기록이 나왔다. 이날 경기에서 양 팀은 유효슈팅 0개를 기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집계에 따르면 한국은 슈팅 6개, 우루과이는 슈팅 10개를 기록했으나 유효슈팅은 하나도 없었다.
전반 43분께 고딘이 헤더로, 후반엔 발베르데가 중거리슛으로 우루과이가 한국의 골대를 두 번 강타했으나 골대에 맞은 공은 유효슈팅으로 치지 않는다.
유효슈팅은 '샷츠 온 타깃'(shots on target)을 번역한 단어로 유효슈팅이라고 쓰지만 '효과적인 슈팅'이란 의미는 아니다. 골대 안으로 향해서 골키퍼가 막아내지 않았다면 들어가는 슛을 유효슈팅이라고 한다.
이날 경기에서 유효 슈팅이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은 건 21세기 월드컵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