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바르셀로나 유스팀 출신
지난해 전북 유니폼 입고 국내무대 복귀…K리그1 5연패·FA컵 우승 견인
"브라질전,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게 끝 아니야"
백승호는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 경기에서 0-4로 끌려가던 후반 31분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만회골을 넣었다.
긴 기다림 끝에 강렬한 존재감을 알린 순간이다.
백승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에 승선, 첫 월드컵을 준비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룬 꿈이다.
이승우(수원FC)와 함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바르셀로나 유스팀 출신인 백승호는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렸다.
그러나 스페인, 독일을 거치는 동안 유럽 무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국내로 돌아왔다.
아쉬운 기억을 뒤로 하고 구슬땀을 흘리며 자신의 가치를 알렸다.
국내 최고의 구단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자리를 잡은 백승호는 지난해 전북의 K리그1 5연패와 올해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을 견인했다.
최종 엔트리 관문을 통과하고도, 월드컵 데뷔의 꿈은 쉽게 손에 닿지 않았다.
백승호는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벤치에서 지켜봤고, 이날도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한 백승호는 굳게 닫혀있던 브라질 골망을 흔들었다. 세트피스 찬스에서 상대 수비수가 헤더로 걷어낸 공을 잡은 뒤 과감한 왼발 중거리 슛을 성공시켰다.
백승호의 골로 이날 유일한 득점을 올린 한국은 브라질에 1-4로 패해 8강 도전이 무산됐다.
아쉬운 결과지만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월드컵 데뷔전에서 골을 넣었다는 것만으로도 백승호에겐 의미가 있는 경기다.
백승호는 경기 후 "2002년 월드컵을 보면서 축구를 시작했다. 딱 20년이 지난 올해 월드컵에 데뷔하고, 골도 넣었다. 힘들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가고 부모님께도 감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브라질을 상대로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것에 대해선 "세계 최고의 팀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차분하게 하려고 했는데, 골도 넣게 됐다"고 말했다.
득점 장면을 두고는 "기회가 되면 슈팅을 하려고 했는데, 운 좋게 앞에 떨어졌다. 또 굴절되면서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과 브라질의 상대 전적은 1승7패가 됐다. 압도적인 패배가 보여주듯 브라질전에서 골맛을 본 선수도 백승호까지 총 6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전까지 김도근, 김도훈, 설기현, 안정환, 황의조가 브라질을 상대로 득점했다.
브라질을 상대로 거둔 유일한 승리는 1999년 친선전뿐이다. 당시 김도훈의 결승골로 브라질을 1-0으로 눌렀다.
"조별리그부터 잘해줘서 16강까지 왔고, 이런 경기를 뛰게 해준 동료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한 백승호는 "아무나 브라질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고, 지금까지 노력해 온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앙 미드필더인 백승호는 날카로운 킥이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전북 생활에 빠르게 녹아들면서 예년의 기량을 되찾았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도전은 16강에서 막을 내렸지만, 백승호는 이제 또 다른 출발선에 섰다.
백승호는 "내 인생에 잊을 수 없는 하루일 것 같고, 정말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자신감도 많이 얻고 절하게 노력하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이게 끝이 아니니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도 새롭게 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juh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