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 예상보다 2배 4만명 몰려
"거리 응원, 큰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돼"
출근길 대중교통에서도 하나 돼 응원전
8강 진출 좌절에도 선수들 격려 분위기
[서울=뉴시스]임하은 기자 = "전 국민이 한마음이 돼 경기를 응원할 수 있어서 정말 즐겁고 행복했어요. 선수들은 '죄송함, 미안함 금지' 입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6일 2022 카타르월드컵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1-4로 패하면서 대회에서 탈락했지만, 이날 새벽부터 시민들의 응원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날 오전 4시 광화문 광장에는 예상보다 2배가 넘는 붉은악마들이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영하 7도의 강추위에도 주최 측 추산 4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일전에 예상했던 1만5000~2만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다.
광화문 광장의 응원전을 주최한 조호태 붉은악마 서울지부장은 "예상보다 더 많은 시민분이 거리로 나오셨다. 지난번 포르투갈전 때보다도 많이 모였다"며 "4번의 거리응원전은 갈수록 열기를 더했던 것 같다. 선수들도 너무 잘해줬다"며 소회를 밝혔다.
월드컵 거리응원은 이태원 참사 후 한 달만의 대규모 행사로 우려와 걱정도 제기됐지만 별다른 안전사고 없이 잘 마무리됐다.
조 지부장은 "거리응원이 큰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돼 당초 취지였던 원래 우리나라 국민은 잘 해낼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주점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손님들이 몰렸다고 한다. 축구 열성 팬인 대학교 1학년인 이모(19)씨는 술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응원했다.
이씨는 "시험을 앞두고 있지만 잠시 잊고 밤새 친구들과 술집에서 떠들면서 축구를 봤다. 우리나라의 최근 경기력이 워낙 좋았어서 혹시 모를 기대도 했지만, 브라질이 너무 강했던 탓에 아쉽게 패한 것 같다. 그래도 월드컵 덕분에 전 국민이 단합하여 응원한 것 같아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거리에 나오지는 못했지만 새벽 잠을 포기하고 직접 경기를 보며 응원한 시민들도 많았다.
가족들 모두 겨우 일어나 경기를 시청했다는 정모(29)씨는 "겨우 새벽 4시에 일어났는데 가족들은 이미 일어나서 보고 있더라. 아파트 다른 세대들에도 불이 좀 켜져 있었다"며 "경기 내내 응원하면서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 말했다.
직장인 노모(28)씨는 "12년 만에 16강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졸리고 춥지만 일어나 경기를 봤다"며 "바로 출근하느라 피곤하지만, 전반이라도 챙겨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힘든 일상을 버틸 낙이 없어진 것 같아 슬프다"고 말했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은 대중교통 안에서 함께 응원하며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오전 5시께 첫차를 타고 출근한 정모(28)씨는 "버스를 탔는데 기사님이 생중계를 틀어놓으시고 청취하면서 운전하시더라. 탑승한 5명에서 함께 중계를 들으면서 갔다. 우리나라 골이 터졌을 땐 다 같이 환호했다"고 말했다.
열띤 응원전을 펼친 시민들은 비록 8강 진출에는 탈락했으나 헌신한 선수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 이날만큼은 새벽 4시에 알람 듣고 바로 일어났다. 전반전에 브라질에 4골을 먹혔는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최근 나라 안팎 뒤숭숭한 일들이 많았는데, 전 국민이 단합해서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날들이었다"고 말했다.
종로에 거주하는 진모(28)씨는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에서 선수들이 너무 고생해줬으니까 죄송하다는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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