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평균 당첨 가점 44점…작년 대비 18점 ↓
'리버센 SK뷰 롯데캐슬' 84㎡C 커트라인 18점
"수요자 신중해져…내년 분양시장 다른 양상"
"규제 풀어도 집값 계속 하락…집 사기 꺼려"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최근 가파른 금리인상과 집값 하락세로 청약 시장이 침체되면서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가점이 10점대까지 떨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청약 점수가 낮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는 지금이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계속되는 수요 하락으로 미분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 가점 평균은 62점, 평균 청약 경쟁률은 164.1대 1이었다. 그러나 올해 평균 청약 당첨 가점은 44점, 평균 청약 경쟁률은 26.4대 1로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실제로 올해에는 10점대 가점으로 서울 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사례가 속출했다. 지난달 첫 분양에 나선 서울 중화동 '리버센 SK뷰 롯데캐슬' 평균 당첨가점은 35~69점이었다. 특히 호불호가 갈린 '세대분리형 설계'로 1순위 해당지역에서 모집 수를 채우지 못했던 전용 84㎡C의 경우 최저 점수가 18점에 불과했다.
서울에서 이른바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 아파트 청약 가점이 10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9년 4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주상복합 단지 분양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해당 단지는 당첨 커트라인이 ▲84㎡A 24점 ▲82㎡C 26점 ▲84㎡K 18점 등이었다
또 지난 8월 분양에 돌입한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의 경우 평균 당첨가점이 15~63점으로, 가장 작은 평수인 33㎡의 경우 최저 점수가 15점까지 떨어졌다. 해당 단지는 총 16개 종류의 평형을 공급했으나 이중 6개 평형이 모집 수를 채우지 못해 미달이 발생하기도 했다. 같은 달 분양한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84㎡ 두 개 평형 모두 미달이 발생해 선착순 계약시 현금 3000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까지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비해 청약 수요가 크게 떨어진 것은 맞지만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로 대출 가능 범위가 늘어난 만큼 분양시장도 상황이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중화동의 경우 마침 장위동에도 분양을 앞둔 단지(장위 자이레디언트)가 있다 보니 기왕이면 좀 더 돈이 될 만한 곳으로 선택하기 위해 대기를 한 것 같다"면서 "묻지마 청약도 많았던 1~2년 전과 비교하면 서울지역의 청약률은 전반적으로 다 낮아졌다. 수요자들이 올해는 굉장히 신중해져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최근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같은 대단지 분양들도 밀려나오고 있고, 중도금 대출보증 등 (규제 완화로) 분양 수요자를 설득하기 좋은 조건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내년 초부터는 서울 분양시장도 다른 양상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과거 부동산 대세 하락 기간이 약 4년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분양을 받을 경우 입주 시점과 상승장이 맞물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부동산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상승장에 올라타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도시, 대단지, 브랜드 등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장점들을 갖춘 단지들이라면 집값의 부침이 있더라도 결국은 상승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들 장점들이 결합된 곳을 중점으로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다만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규제완화의 효과가 내 집 마련 수요를 되돌릴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을 살 때 가장 큰 결정 요인은 전망이다. 최근 각종 규제를 풀었지만 집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현재는 집값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치솟는 금리 부담에 집을 사기 꺼리는 것이기에 이런 상황에서 세금과 대출규제 완화 효과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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