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 나인원서 개인전 '새벽의 노래'
1960년대 작품 올해 재제작 최초 공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납작한 얼굴에 눈, 코, 입이 실루엣으로 보인다. 극도로 단순화되고 평면적인 검은색 조각은 영혼의 발현을 목적으로 하는 고대 조각을 떠올리게도 한다.
원로 조각가 최종태(90)의 '새와 소녀' 작품이다. 1960년대 제작된 작품을 올해 다시 제작했다. 한국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시대 상황속에서 작업한 '새와 소녀'는 순수함에 대한 염원이 담겼다. 소녀의 손 위에 살포시 앉아 있는 새는 자유를 향한 인간의 염원을 상징하는 동시에 모든 이의 가슴 속에 평화와 사랑이 살아있음을 상기시킨다.
조각가 최종태는 '한국 현대조각의 거장'으로 불린다. 삶의 진리와 영원성을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창작이라는 끊임없는 수행의 행위를 통해 진리에 도달하고자 했다." 어린 시절부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민주화 혁명 등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겪은 작가는 고난과 혼돈 속에서 삶을 영위해야만 하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성찰하게 되었고, 진리를 향한 구도의 길을 창작 행위와 함께 지속해 나갔다.
그는 괴테가 '파우스트'의 마지막에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고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정신을 높은 곳으로 이끄는 사랑과 인내, 수용 등을 여성적인 것으로 봤다. 여인과 소녀 상을 자신의 주요 모티프로 채택하여 일생을 인물상을 제작하는 데 천착했다.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오롯이 순수한 본질만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최종태 작품은 단순미의 극치다. 정적인 자세와 고요히 침묵하는 듯한 표정은 언어화될 수 없는 진리와 영원한 평화를 가시화한다. 무한성의 찰나로 구성된 ‘영원한 현재’를 시각화한 작품은 형태미를 넘어선 정신미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예술을 통해 영원을 탐구하는 최종태의 개인전 '새벽의 노래'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열린다.
“유일한 지혜는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처럼 그는 최근에서야 비로소 예술과 삶에 정답이 없음을 알게 되어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고 한다. 의문으로 가득 찬 어두운 밤을 지나 새벽의 빛을 맞이한 최종태는 찬란한 자유를 자신의 작품에 투영하는데, 검은 조각 '새와 소녀'는 올해 재제작되어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한다. 소녀의 모습은 그의 인물 조각상을 대표하게 된 ‘도끼형’ 얼굴을 상기시키며 그의 조각의 형태적 발전의 시초를 보여준다.
시대의 구분도 유(有)와 무(無)의 경계도 없는 그의 조각은 영원히 소멸하지 않는 평화와 자유의 세계다.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모든 인간의 본질은 근원적으로 동일하며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는 2023년 1월8일까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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