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항의 시위 상징이 된 中 백지 조각

기사등록 2022/11/28 20:15:15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모든 것 담고 있어

아무 것도 안 쓰였지만 무슨 내용인지 모두 알아

인터넷 검열에 "백지마저 두려운가" 비꼬기도

[베이징=AP/뉴시스]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백지'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민들은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은 ‘백지’를 들고 28일 새벽까지 시위를 이어갔다. 2022.11.28.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종종 하나의 아이템이 항의 운동 전체를 상징하게 되는데 지금 중국에서는 보잘 것 없는 백지 조각이 바로 그런 아이템이라고 BBC가 28일 보도했다.

27일 저녁 상하이에서는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밤샘 농성에 모인 사람들 중 일부가 아무 것도 쓰이지 않은 종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수도 베이징에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다녔던 명문 칭화대 시위에 종이조각으로 무장한 시위대가 등장했다.

상하이에서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은 "종이에는 분명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지만, 우리는 백지 종이가 무슨 내용인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백지 종이를 사용하는 시위는 2020년 홍콩 시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홍콩인들은 엄격한 새로운 국가 안보법에 항의하기 위해 백지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였었다.

당국이 2019년 대규모 시위 운동과 관련된 구호와 문구를 금지하고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자 운동가들은 백지 종이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

BBC의 중국 특파원 스티븐 맥도넬은 이러한 백지 시위는 반대 의견을 침묵시키려는 것에 대한 항의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팻말을 들고 있는 나를 체포할 것이냐"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니라는 이름의 26살 베이징 시위자니는 "백지에는 우리가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중국 주요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백지 종이'에 대한 언급이 지워져 사용자들이 분노하는 등 인터넷에서 대규모 검열도 이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백지 한 장마저 두려워한다면 내면이 약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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