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동대 '과부하'...노동계 동투·시험장·월드컵 응원 관리까지

기사등록 2022/11/26 07:00:00 최종수정 2022/11/26 07:30:26

인파 관리 업무 늘고 노동계 동투 집회 출동 속

광화문 거리 응원 안전관리에 8개 기동대 투입

직원들 부글부글 "이게 진짜 사람이 할 근무냐"

혼잡경비 업무 증가에 "직원들 힘들어 하지만…"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경찰이 24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2 피파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대한민국 대 우루과이 경기 거리응원이 끝나자 시민들의 철수를 유도하고 있다. 2022.11.25.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밀집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기동대 출동도 나날히 증가해 일선 경찰들의 과부하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예선 대한민국 대 우루과이 경기 현장 응원에는 경찰 추산 2만6000명의 인파가 몰렸다.

경찰은 일대에 1만5000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경찰관 150명, 8개 기동대, 경찰특공대 18명 등의 경력을 투입했고, 응원을 주최한 '붉은악마' 측과 서울시 인력까지 합쳐 총 1200명이 넘는 인력이 안전관리에 나섰다.

이들이 경기 시작 전 사람이 몰리는 지하철역 입구와 무대 주변, 경사로 등을 점검하고 응원하러 온 시민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곳곳에서 경광봉을 들고 서서 행렬을 살피면서 결과적으로 별다른 사고 없이 안전하게 행사가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참사 이후 인파가 몰리는 각종 행사를 관리해달라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요청이 늘어나면서 기동대 출동이 늘어나면서 일선의 애로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주말 주요 대학 논술·면접 시험장에도 기동대가 배치됐다고 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을 비롯해 노동계도 본격적으로 동투(겨울 노동투쟁)에 들어가면서 기동대 주 임무인 집회 상황 관리 업무도 더욱 늘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공원에서 열린 '2022 라이프플러스(LIFEPLUS) JTBC 서울마라톤'에서 경찰이 밀집 방지를 위해 참가자들의 이동방향 등을 안내하고 있다. 2022.11.06. jhope@newsis.com


24일 자정을 넘겨 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 거리 응원 현장 관리를 했던 기동대도 곧바로 다음날인 25일 여의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부문 총파업 결의대회 관리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앱)인 '블라인드'에는 연이은 격무에 고충을 호소하는 현장 글이 올라왔다.

스스로를 강원청 경비라 밝힌 한 직원은 "최근 서울 지원 계속 나가고 직원들 피로 쌓여가는 지금 주야비(주간·야간·비번 3교대)를 하라고 (한다)"고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주간 06시 출근에 21시 교대, 부대 복귀하면 23시, 야간 18시 출근에 다음날 9시 교대, 부대 복귀하면 11시, 다음날 또 6시"라고 설명한 뒤 "이게 진짜 사람에게 시킬 근무냐"고 한탄했다.

호응하는 댓글도 다수 이어졌다. 한 직원은 "(난) 서울청 기동대인데 우린 그냥 인권 포기함"이라고 적었고, "까라면 까야지", "우리를 생각해주는 마음이라는 항목 자체가 없다. 물건, 그 중에서도 소모품"이라는 야유도 나왔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5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대규모 인원이 참석하는 '이태원 참사 추모 촛불 집회'가 열리자 경찰이 펜스를 치고 보행로 우측통행을 안내하고 있다. 2022.11.05. photocdj@newsis.com


더욱이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집회 외에도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을 관리하는 '혼잡경비'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기동대 업무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대혁신 태스크포스(TF)는 18일 참사 때 기동대가 제때 배치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해 앞으로 시도경찰청별로 적정 규모의 기동대 부대를 '다목적 당직 기동대'로 지정, 상황관리 책임자인 상황실장이 직접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처럼 업무가 늘면서 가뜩이나 비인기 부서로 지원자가 적어 인사때마다 순번제로 교체 인력을 채우는 실정인 기동단 인력배치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경력에 여유가 있을 때라면 자정을 넘겨서 근무한 부대는 다음날 배려를 해주겠지만 현재는 타 지방 지원까지 나가는 실정"이라며 "참사 이후 직원들이 (업무 부하에) 힘들어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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