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서 데뷔 55주년 기념 순회콘서트 'DREAM55'
박수·환호 속 20여곡 열창…청중과 웃음으로 소통
[청주=뉴시스] 안성수 기자 = “‘띠리’가 저를 살렸습니다.”
가황 나훈아가 19일 청주 공연에서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은 ‘띠리’ 덕분”이라며 화려함 속에 감춰진 자신의 굴곡진 인생사 단면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러고는 “여러분도 속이 부글부글하고 화나면 띠리를 외쳐 보라”며 아랫니를 드러낸 특유의 웃음과 너스레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띠리(띠리리리)’는 그가 작곡한 '공(空)'의 가사 후렴에 나오는 의성어다.
이날 공연은 데뷔 55주년을 기념하는 순회콘서트(‘DREAM55’)의 하나로 청주대 석우문화체육관에서 열려 4800여 청중이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열광했다.
나훈아는 70대의 나이에도 약 145분간 쉬지 않고 '친정엄마' 등 올 초 발매한 ‘일곱 빛 향기’ 앨범 수록곡을 포함, 20여 곡을 소화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목소리는 음질과 성량에서 여전했고 호흡도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2부에서 자작곡 '공'을 노래하면서, 엔지가 난 것처럼 연주를 중단하고 펼쳐 보인 사설(私說)이 관중의 호응을 받았다.
나훈아는 한때 자신의 은둔생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던 언론보도를 상기시키며 “가만히 있는 사람더러 (은밀한 부분이)잘렸느니 안 잘렸느니 떠들어 어떻게 해야 할지, 항상 긴장하고 살았다”고 털어놓았다. 그 과정에서 다소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공'을 작사하게 됐는데, ‘띠리’를 넣은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멀쩡한 사람을 이리 죽이고 저리 죽이는데, 참 답답해서 말을 하기도 곤란하고 말을 해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어 혼자 답답하다 보니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그런데 공연에서 ‘띠리~’라고 하고 보니 박수가 나오고 힘이 나더라. 말문이 막히면 ‘띠리’하며 넘어가도 되고…, 그래서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이어 그가 “깐족대는 사람이 있으면 옆에 가서 ‘띠리~’하고, 가족 중에 속을 끓이는 사람한테도 ‘띠리~’라고 외쳐라”라고 충고하자 청중석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또 나훈아는 ‘테스형’한테 물어보고 들은 사실이라며 유머를 과시했다. 그는 “테스형한테 ‘행복이 어데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행복은 교수나 이런 사람에게 들을 필요도 없고 그저 옆에도 있고 바로 뒤나 앞에도 있는데 사람들은 모르고 사는데 절대 찾지 마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생이란 마당에서 한바탕 놀다가는 기 아닙니까?”라며 충청도 사투리로 몰아치듯 “겨? 아녀?”라고 묻는 등 흥겨운 화답을 10여 분간 이어갔다.
공연을 본 이건무(61·가명)씨는 “나훈아 노래는 멜로디뿐 아니라 가사도 좋다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철학적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감동이 더했다”며 “‘좋은 향기 맡고, 좋은 풍경 감상하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며 스트레스 풀고 살라’는 충고를 고맙게 새겼다”고 말했다.
이번 나훈아의 순회공연은 지난 6월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 대전 등을 거쳐 13번째로 기획됐으며 연말까지 몇 차례 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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