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수험장서 4교시 종료 1시간 전부터 학부모들 몰려
시험 종료 학생들 환한 표정으로 나오자 포옹하고 눈물
[서울=뉴시스] 위용성 박광온 이수정 윤정민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마무리된 17일 무사히 수능을 치르고 나온 수험생들은 "얼떨떨하다"면서도 "홀가분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 중구 이화여자외고 등 곳곳 수험장에선 4교시 종료 약 1시간 전인 오후 4시께부터 이미 학부모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닫힌 수험장 정문 앞에서 기도를 하거나, 틈틈이 휴대전화를 켜 시간을 확인하면서 자녀들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학부모 김은진(48)씨는 "딸 애에게 (시험날) 속이 불편할까봐 찬물도 못 마시게 했었었는데, 이제 좋아하는 마라탕도 사주고 싶다"고 했다.
남편과 둘째 아들 등 온 가족이 함께 와서 수험생 장남을 기다리던 50대 학부모 조모씨는 "코로나 때문에 고1을 온라인으로 수업해 (아들이) 공부를 제대로 못했다"며 "수고했고, 애썼고, 열심히 했으니 혹여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서울 대치동 개포고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김정희(52)씨는 "아무 말 안하고 싶고, 그냥 수고했다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4교시 종료 후부터는 수험생들이 서로 시험 난이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쏟아져 나왔다. 시험 난이도가 평이하게 나왔다며 고심하는 학생, 당장 수능이 끝나 후련하다는 학생, 바로 논술 준비를 해야 한다며 무덤덤한 학생 등 다양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학생들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친구들끼리 먹고 싶은 음식을 하나씩 얘기하며 신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로를 껴안고 "끝났다"며 환하게 웃는 학생들이 많았다.
교문 밖에서 기다리던 학부모들은 자녀들과 포옹하고 어깨를 두드리며 '수고했어'라고 말했다. 곳곳에선 눈물을 보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수험생 자녀가 늦게 나오자 까치발을 세우고 '언제 나오지'하면서 발을 구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화여자외고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이모(19)양은 "국어 등 어려운 문제가 많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버틴 것에 의의를 두려고 한다"며 "아직 논술이랑 면접을 봐야 해서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옆에서 어머니는 이양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무사히 나온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여의도고에서 수능을 치른 김아린(18)양은 수능이 끝났으니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묻자 "염색"이라며 "수험표 들고가면 할인을 해준다"고 웃었다.
이준혁(19)군은 "내일 논술 시험이 있어 그거까지 마치고 놀고 싶다"며 "진짜 엄청 쉬고 싶다. 그리고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5교시(제2외국어/한문) 시험까지 끝난 오후 5시45분께, 개포고 교문 앞에 남은 가족들은 손에 핫팩을 쥐고 휴대폰으로 '2023학년도 수능' 기사를 검색하며 자녀들을 기다렸다.
50대 정모씨는 아들을 기다리면서 "지금 고3 아이들은 입학식도 못했고, 2학년 땐 온라인 수업을 병행해 수학여행도 못 가고 축제도 못 간 아이들"이라며 "매마른 생활을 잘 견뎌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후 수험생들이 나오자 학부모들은 한참을 포옹하거나 등을 토닥였다. 우는 부모님을 오히려 달래는 수험생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재수생 김모(21)씨는 "어떻게든 (문제를) 푼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며 "한 번 더 안 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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