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한 "뮤지컬 하면서도 연극에 경외심...맥베스, 큰 용기 냈죠"

기사등록 2022/11/15 18:01:47

국립정동극장 연극시리즈 '맥베스 레퀴엠'

27살에 첫 연극 후 20여년 만에 도전

"50대, 내 이야기 같아...두려움보다 기대감"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배우 류정한, 안유진이 15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연극시리즈 '맥베스 레퀴엠'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국립정동극장 ‘연극시리즈’는 매년 한 명의 배우를 주목해 그의 철학과 인생을 담는 작품을 제작하는 브랜드 기획공연이다. 2022.11.1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연극에 대한 막연한 경외심이 있었어요.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참여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큰 용기를 냈죠."

스타 뮤지컬 배우 류정한이 '맥베스 레퀴엠'으로 20여년 만에 연극 무대에 나선다. 국립정동극장이 매년 한 명의 배우를 주목해 그의 철학과 인생을 담는 연극시리즈다.

류정한은 15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극시리즈의 두 번째 배우로 선정됐다. 훌륭한 배우들이 많은데 운 좋게 선택돼 감사하다"며 "이제 3주 정도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두려움보다 기대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1997년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주인공 '토니' 역으로 데뷔한 그는 27살이었던 1998년 윤석화가 출연한 '마스터 클래스'로 첫 연극에 도전했다. 이후 '세 자매' 등 연극 몇 작품에 출연했지만 한계를 느꼈다.
[서울=뉴시스]국립정동극장 '맥베스 레퀴엠'에 출연하는 배우 류정한.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11.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어릴 적부터 가장 순수하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게 연극이 아닌가 생각했다. 도전을 했는데, 부족함을 깨닫고 슬럼프도 왔다"며 "이후 뮤지컬을 하면서도 연극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많은 제의가 있었는데, 사실 겁도 났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지 물었다. 정동극장에서 2~3년 전에 이 제안을 받고 고민했지만 용기내 선택했다"고 말했다.

연극시리즈는 작품 선정부터 기획, 제작의 초점을 배우에 맞춘다. 지난 2020년 첫 타자로 배우이자 연출가 송승환이 '더 드레서'를 선보였다. 류정한이 이번에 선택한 무대는 '맥베스'다.

400년이 넘게 사랑받아온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현대적으로 탈바꿈했다. 욕망과 탐욕으로 파멸해가는 인간의 고통받는 양심과 영혼의 붕괴를 그리는 동시에 인간의 고귀함을 그려낸다. 1920년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스코틀랜드 국경 인근의 한 재즈바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정동극장은 15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연극시리즈 '맥베스 레퀴엠'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국립정동극장 ‘연극시리즈’는 매년 한 명의 배우를 주목해 그의 철학과 인생을 담는 작품을 제작하는 브랜드 기획공연이다. 이날 발표회는 정동극장 정성숙 대표를 비롯한 '맥베스 레퀴엠' 연출 박선희, 배우 이상홍, 김도완, 안유진, 류정한, 정원조, 박동욱, 이찬렬, 정다예, 홍철희, 김수종이 참석했다. 2022.11.15. pak7130@newsis.com
류정한은 '맥베스'가 지금의 시대와도 맞닿아있다며 자신의 이야기 같다고 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50대의 한 인간으로서 맥베스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공허, 결핍, 욕망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있고, 누구나 맥베스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 맥베스가 보였으면 했다"고 강조했다. "맥베스를 광기 어린, 욕망에 사로잡힌 캐릭터로 여기지만 저희는 반대로 접근했다. 제 생각엔 역대 가장 찌질하고 인간적인 맥베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작품이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저희 공연을 연극이라고 단정 짓고 싶지는 않다"며 "굳이 왜 또 고전일까 했을 때, 새로운 맥베스를 만들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연출가 박선희가 15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연극시리즈 '맥베스 레퀴엠'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국립정동극장 ‘연극시리즈’는 매년 한 명의 배우를 주목해 그의 철학과 인생을 담는 작품을 제작하는 브랜드 기획공연이다. 2022.11.15. pak7130@newsis.com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음악인 '레퀴엠'이 제목에 포함됐듯, 음악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레퀴엠-죽은 자의 노래', '앞으로 왕이 되실 분에게 축복을' 등 12곡의 넘버가 사용된다. 그는 "레퀴엠이라는 음악이 저희 작품과 결이 비슷하다. 음악이 많이 나와서 놀랄 수도 있다. 저는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선희 연출도 "원작엔 세 마녀가 나오지만, 저희 작품엔 마녀들이 나온다. 마녀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맥베스의 욕망과 마음을 말해주는 존재"라며 "속이야기를 하는데 음악만큼 좋은 요소가 없다. 관객들과 저희 모두가 즐길 수 있기 위해 긴 대사를 주구장창 하지 않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작품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금 더 동정할 수 있는 한 사람을 그려보고 싶었다. 불쌍하고 안 된, 한 남자가 자기를 파괴해가는 이야기"라며 "캐릭터 대부분이 맥베스와 같은 삶을 걷는다"고 덧붙였다.

맥베스의 부인 올리비아 역은 안유진, 맥베스의 친구 뱅쿠오 역은 정원조가 맡았다. 맥베스와 대립하는 맥더프 역은 김도완, 맥더프의 사촌인 로스 역은 박동욱, 스코틀랜드의 왕으로 맥베스에게 살해당하는 던컨 역은 이상홍, 던컨 왕의 아들 멜컴 역은 이찬렬, 맥더프의 부인인 애나벨 역은 정다예, 맥더프의 아들 캘런 역은 홍철희, 던컨 왕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경호원 역엔 김수종이 출연한다. 12월1일부터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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