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건 퇴화·퇴행 실제 이뤄지는 것 같아" 진단
"노란봉투법, 불법폭력 보호법처럼 잘못 알려져"
"친노동-친기업 양립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
"'노동존중' 입장 같아…협력적 동반자 관계 만들자"
[서울=뉴시스] 임종명 박광온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민주노총을 방문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각 분야에서 노동 조건이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의 명칭을 합법파업보장법으로 바꾸자는 제안도 했다.
이 대표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을 찾아 양경수 위원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 대표는 "안타깝게도 각 분야에서 노동조건 퇴화가 실제로 시도되고 있는 것 같다"며 "전 세계에서도 가장 장시간 노동을 하는 나라에 속하고 선진국이라면서도 후진국에 가까운 장시간 노동이 이뤄지고 있다. 산재 사고의 경우 OECD국가 중 1위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다시 퇴행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이 순간에도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생존하기 위한 일터에서 죽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노총이 요구한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거의 대부분 민주당이 주력 과제로 선정한 것들이다. '지금까지 뭐했냐'고 지적하면 답변하기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 나가자는 게 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민 대부분이 당연히 가혹한 손배 가압류를 통해 단체행동권을 억압하는 게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지금 약간 잘못 알려지는 바람에 마치 불법 폭력파업을 보호하는 법처럼 잘못 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 잘못된 인식을 고치고자 '합법 파업 보장법'이나 '손배 가압류 불법 남용 방지법' 등으로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떻겠나"라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상대가 불법폭력 파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공격을 해서 국민들이 오해를 해 반대율이 꽤 높아지고 있다. 그런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손배소나 가압류 남용,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같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최근 불거진 민영화 논란을 거론하며 "이제 공영 언론들을 민영화하는 문제부터 멀쩡한 국가자산을 매각하는 문제까지, 이런 문제들은 정말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민영화 저지 대책 위원회를 만들어 대책을 논의,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 노동계와 민주당 입장이 일치하는 면들이 있기 때문에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연대할 부분은 연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저는 친노동이 친기업의 양립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합리적 노사관계라는게 필요하고 극단적으로 한쪽을 억압하거나 백안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서로 존재를 인정하고 협력하고 합리적 관계를 만드는 것이 국가 사회 전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 존중 사회라는 큰 목표에서 민주당과 민주노총의 입장이 같다고 생각하고 협력적인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오늘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장에서 여러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이 어려움을 타개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협력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잘해서 함께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보탰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는 국민을 살피지 않고 있다. 어느 때보다 국가의 책임과 역할이 요구되는 때인데 윤석열 정권은 책임회피만 급급하다"며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역사의 퇴행을 가져온 데에는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 이제 민주당도 국민의힘 핑계, 정부 핑계를 대면서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 국민을 믿고 과감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후퇴, 노동개악, 민영화를 막고, 노조법 2·3조를 개선하자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에 민주당이 화답해야 한다"고 전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양측 지도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노총 측은) 사회 노동 현안들을 해결하는데 민주당의 관심과 협조를 요구했고, 민주당에서도 소통해서 협력하고 해결해 나가겠다는 말씀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약속했는지 묻자 "반드시 처리하겠다기 보다는 의견들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 나가겠다는 이야기였다. 합법적인 노조활동 보호법에 대한 필요성이 있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답했다.
또 이 대표가 전날 한국노총에 이어 이날까지 양대노총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진 것에 대해선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방문한 것이고 전태일 52주기란 측면도 있었다. 노동계 현안들을 듣고 해결방안을 강구해보자는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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