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재무구조 악화에 산은 지분법 손실
강석훈 회장 "BIS 비율 13% 방어 어려워"
정부 산금채 발행 자제령도 산은에 악영향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한국전력공사의 유동성 위기가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산은은 정부의 산업금융채권(산금채) 발행 자제령으로 자금조달 여력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산은 내부에서 자본 적정성 악화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최근 내부회의에서 "연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13% 방어가 쉽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의 BIS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4.88%,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4.85%다.
산은의 BIS 비율 하락에 대한 가장 큰 원인은 한전의 적자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적자가 지분법 손실을 일으켜 산은의 자본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은은 한전 지분 약 33%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분법상 한전 손실 3분의 1이 산은으로 들어가게 된다"며 "손실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산은의 자본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다시 BIS 비율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올해 기준 30조원이 넘는 적자를 예상한다. 가스·석유 등 에너지값 급등으로 전력 구입 가격이 치솟는데도, 판매 단가를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물가가 출렁일 수 있어 이 역시 쉽지 않다.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도 한전의 자금조달 어려움에 불을 지피는 요인이다. 실제 우량채권으로 분류되는 한전채 금리를 올해 초 2%대에서 최근 6%대까지 올렸는데도, 채권 발행이 잇달아 유찰됐다.
비단 한전 때문이 아니라도 산은 자체적으로도 자금조달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로 경색된 회사채 수요를 높이기 위해 산금채 발행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산은은 자금조달 구조상 산금채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은 예금 비중이 아주 작기 때문에 채권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 실적 악화와 자금시장 경색으로 산은의 정책금융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강석훈 산은 회장은 기업 지원 역량이 33조원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강 회장은 지난달 21일 국정감사에 참석해 "한전에 1조원 손실이 나면 지분법상 산은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6bp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산은의 건전성이 더 악화하지 않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한전뿐 아니라 HMM도 산은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산은의 자본 적정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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