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의사 공식화…이사회 심사 절차 돌입
'디지코' 전략 성공적…시총 10조 회복·최대 실적 성과
사법리스크·정치권의 개입 가능성 등은 걸림돌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구현모 KT 대표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2기 체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구 대표는 12년 만의 KT 내부 출신 인사로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 디지코)으로의 성공적 전환과 외형적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취임 전 대비 시가총액을 45% 늘리면서 9년 만에 10조원으로 회복시키기도 했다.
만약 연임 성공 후 임기를 모두 마친다면 내부 출신으로는 첫 사례가 된다. 2002년 민영화 이후 연임 임기를 완주한 대표는 황창규 전 회장이 유일하지만 그는 삼성전자 출신이다.
KT는 8일 구 대표가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관련 규정에 따라 연임 우선 심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연임 적격 여부 심사를 위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후보심사위는 8명의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인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이사회는 후보심사위원회가 따를 연임 적격 심사기준을 결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재임 중 경영계약 이행평가 결과와 경영목표 달성 정도 ▲고객·임직원·주주 등 대내외 이해관계자의 만족도 ▲회사 기업 가치 제고 및 지속 가능한 발전 기여 가능성 ▲리더십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을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구 대표가 연임 의사를 표명하면서 이사회가 우선 심사하기로 했다”며 “우선 심사를 위한 세부 기준과 기한 등을 결정하기 위해 이사회를 한 번 더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KT 정관 및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대표 임기 만료 3개월 이전에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해야 한다. 연임에 성공한 황창규 전 회장 당시에는 결정까지 2주 가량 소요됐다.
연임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구 대표는 통신 중심 기업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 디지코)으로의 성공적 전환과 기업가치 제고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KT 안팎에선 그의 연임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구 대표가 강조해온 '디지코' 전략은 올해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KT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 합산은 1조858억원으로 2010년 상반기 이후 12년 만에 최대 규모를 달성했고, 또 2012년 이후 처음으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연결, 별도 모두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3분기 누적 연결 영업이익은 1조5387억원, 별도 기준 1조570억원이다.
미래 사업인 콘텐츠 사업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확인시켰다. 콘텐츠 전문 계열사 KT스튜디오지니 설립 후 공동 제작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으로 통신사 중 유일하게 콘텐츠 사업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주력사업으로 추진하는 인공지능컨택센터(AICC)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1.7% 증가하기도 했다.
이 덕분에 약 3년 만에 기업가치가 45% 증가했다. 약 6조9000억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지난 8월 10조원대를 회복했다. 이는 2013년 6월 이후 9년 2개월 만이다.
구 대표는 지주형 회사 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디어 계열사 재편을 본격화했다. 현대HCN 인수에 이어 지난해 1월에는 그룹 내 콘텐츠 콘트롤타워로 KT스튜디오지니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미디어콘텐츠 사업의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최근에는 자회사로 둔 미디어지니를 KT스카이라이프의 자회사 스카이라이프TV에 흡수합병시켰다.
아울러 콘텐츠 사업에서는 CJ ENM, 모빌리티 사업에서는 현대차, 금융에선 신한금융지주, 로봇에선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현대로보틱스와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미래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불안 요소도 존재한다. 진행 중인 구 대표의 재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 구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약식 기소돼 벌금을 선고 받았고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KT 전현직 임직원이 국회의원 99명에게 소위 ‘상품권 깡’ 수법으로 불법 후원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는데, 당시 임원이었던 구 대표 역시 여기에 연관돼 있다. 구 대표는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KT 소수 노조인 새노조는 이를 근거로 연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이 대표가 아닌 임원 시절에 발생한 일이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데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기준에 미달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구 대표는 세계이동통신협회(GSMA) 이사회 멤버에 재선임되기도 했다. GSMA 이사회는 전 세계 800여개 통신사의 CEO급 임원들로 구성된 이동통신업계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이사회에는 AT&T, 버라이즌, 보다폰 그룹, 텔레포니카 등 주요 글로벌 통신사가 포함됐다. 임기는 2년으로 2024년까지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게 된다.
한편, 이사회가 구 대표의 연임 부적격 결정을 내리면 KT는 새로운 후보군을 모색해야 한다. 앞서 구 대표의 선임 과정과 동일하게 후보군을 공모한 후 지배구조위원회가 심사 대상자들을 선정하게 된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는 지배구조위원회가 추린 이들을 심사하고, 이사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주주총회에서 이를 의결한다.
2019년 구 대표 선임 당시에는 10월 말경 공모를 냈고, 12월 말에 이사회가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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