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100여개국 대표해 선진국에 보상 촉구
COP27서 '손실과 피해' 정식 의제로 선정해 논의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올해 여름 역대 최악의 홍수로 국가적 재난을 겪은 파키스탄이 6일(현지시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보상을 요구한다.
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COP27에서 100여개 개발도상국을 대표해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로 명명된 기후 변화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대한 보상을 선진국에게 촉구할 방침이다.
기후 변화로 피해를 입은 '손실과 피해'는 COP27에서 사상 최초로 정식 의제에 포함돼 논의된다. 개도국들은 기후 변화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을 위한 국제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무니르 아크람 주유엔 파키스탄 대사는 "파키스탄의 재난이 기후 영향의 상징이 되면서 정치적 분위기에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난 150년 동안 선진국들의 정책 영향으로 고통받아온 개도국 입장에서는 기후 정의의 문제"라고 말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선진국이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개도국이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재정적 지원은 전무한 상황이다.
작년 총회에서는 섬나라 바누아투부터 인도와 같은 주요 탄소배출국을 포함한 개도국들이 선진국에세 '손실과 피해'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도록 촉구한 바 있다. 대다수 국가들은 이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명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반대 속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글로벌탄소프로젝트(GCP)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가량을 미국에서 발생한다. 배출량의 80%는 경제력 상위 20개 국가에서 나온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0.4%에 불과하다. 또한 인구 절반이 에너지 빈곤층으로 분류될 만큼 혜택을 받지 못했다.
파키스탄은 지난 6월 몬순 우기 동안 폭우가 내리면서 발생한 홍수로 최소 1700명이 숨지고 200만채의 가옥이 피해를 입었다.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도로와 다리 등 기반시설이 크게 파괴됐다.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WWA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올해 폭우가 기후 변화로 인해 50∼75% 심해진 것으로 평가했다.
기후 변화로 피해를 입은 국가에 대한 국제적 지원은 부족한 편이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기상이변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인도적 원조 규모는 8배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개도국에 연간 1000억달러(약 141조1000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
WP는 선진국에서도 일부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남은 문제는 미국의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은 외국 채권자들이 기후 투자와 맞바꾸는 대가로 개발도상국의 대출을 일부 면제해 주는 '채무 스와프'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손실과 피해를 더이상 모른 척 할 수 없다"며 "전 세계는 개도국과 취약한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개도국이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진국의 법적 책임을 내포하는 문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필요한 곳이 자금을 지원하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손실과 피해에 대한 논의에 열려 있지만 새로운 기구를 구성해 자금을 지원하는 일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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