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하종민 기자 = 한국과 미국 국방장관이 고조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속에서 필요에 따라 미국 전략자산을 적시·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기로 합의했다. '상시 배치' 수준으로 운용한다는 설명이다.

◆"美 전략자산 적시·조율 전개…모든 군사력 운용 확장억제"

이종섭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이후 공동성명을 내고 "필요에 따라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한다"라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SCM에서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능력 및 진전된 비핵능력 등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라는 자국 약속을 재확인했다. 이후 회견에서는 "누구도 한국을 공격할 수 없도록 하는 데 주력한다"라고 했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 SCM 이후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와 그 주변에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와 강도를 확대하는 방식을 통해 미국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에 준하는 효과가 있도록 운용함으로써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스틴 장관은 이날 상시 배치에 준하는 운용이 미국의 역내 태세 변경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현재 한반도 내 자산 주둔을 영구적으로 변경할 계획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오스틴 장관은 "모든 경우마다 우리는 벌어지는 일을 평가하고, 올바른 종류의 억제 메시지를 제공하도록 협력할 것"이라며 "영구적 기반으로 새로이 전략자산을 배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정기적으로 자산이 오갈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아울러 "오스틴 장관은 핵 및 재래식 전력, 미사일 방어 능력뿐만 아니라 우주·사이버·전자기 등 진전된 비핵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해줄 것을 약속했다"라고 설명했다.

◆"北 핵공격 용납 못 해…동맹 압도적 대응으로 김정은 정권 종말"

이번 제54차 SCM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11개월 만에 워싱턴DC에서 열렸다. 특히 최근 북한이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 위협을 고조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데 이어 7차 핵실험 전망까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다.

양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비롯해 방사포·해안포 사격 등 긴장 고조 행위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을 강력히 규탄했다. 아울러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노력과 전술핵 사용 위협 등 긴장 고조 행위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 성명에는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에 대한 비전략핵(전술핵)을 포함한 어떤 핵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담겼다. 최근 발표된 미국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도 담긴 내용이다.

이 장관도 이날 회견에서 "북한의 전술핵을 포함한 어떤 핵공격도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만약에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동맹의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에 의해 김정은 정권은 종말을 맞게될 것"이라며 "이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아울러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실효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해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 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라며 "북한의 모든 가능한 핵 사용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SCM에서는 이 밖에 한·미 맞춤형억제전략(TDS)의 개정 진전에 대한 평가 및 내년 SCM 이전까지 개정 완료에 노력한다는 논의가 오갔다. 아울러 북한 핵 사용 상황을 상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연례 개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北 핵실험 준비 완료…시기는 北 정치적 일정 고려, 예측 어려워"

이 장관은 이날 꾸준히 제기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3번 갱도에 대해서는 핵실험 준비가 완료됐다"라고 했다. 다만 시기에 관해서는 "북한의 정치적 일정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SCM을 계기로 최근 발표된 미국 NPR과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 등 미국 정책은 물론 한국형 3축 체계 강화 등 양국의 북핵·미사일 억제·대응에 관련된 정책을 전반적으로 협의했다.

한·미 미사일대응정책협의체(CMWG) 신설과 한·미 미사일방어동동연구협의체(PAWG) 재가동 등 동맹 미사일 대응 능력·태세 강화 노력에 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이 밖에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 접근 정상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날 오스틴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북한 비핵화 견인을 위한 유용한 접근법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한민국 방어를 위한 주한미군 현재 전력 수준을 지속 유지한다고도 확인했다.

한편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고조하며, 국제사회에서는 영향력을 보유한 '중국 역할론'도 부상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장관은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과의 관계에서 영향이 있다고 본다"라면서도 "과거 중국 의사와 무관하게 북한이 핵실험을 했던 경험도 있다"라고 답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장관은 "중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미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섭 국방 "전술핵 재배치 고려 안 해…한반도 비핵화 변함 없어"

이 장관은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이후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론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라며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스틴 장관은 이와 관련, 동맹의 억제 전략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에 "한국을 방어한다는 우리의 약속은 철통 같다"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의 무모하고 무책임한 활동을 규탄한다"라고 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런 유형의 활동은 잠재적으로 역내 에 불안정을 초래한다"라며 "그들(북한)이 이런 유형의 활동을 중단하고 진지한 대화에 관여하기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설명했다.

◆"대만해협 평화·안정" 공동성명 언급…"한·미·일 안보 협력 증진"

이번 SCM 공동성명에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이는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에도 담긴 내용이다.

양 장관은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안정 및 번영에 핵심이라고 보고, 복잡한 역내·세계 안보 상황을 고려해 안보 협력을 지속 증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의 인·태 전략 프레임워크와 미국의 자유·개방 인·태 구상 간 협력 방안도 모색한다.

한·미·일 협력 확대도 논의됐다. 양 장관은 성명에서 "정보 공유, 고위급 정책 협의, 삼자 훈련, 인적 교류 등 한·미·일 삼자 안보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삼국 대응 태세 강화에 기여하는 미사일 경보훈련과 대잠전훈련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한·미·일 안보회의(DTT) 등 정례 안보회의체를 통해 삼자 안보 협력을 지속적으로 증진·확대한다는 공약도 재확인했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 그간 시행하지 못한 차관보급 DTT를 내년 초 개최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양측은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이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나눴다. 아룰러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보고,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OC) 평가과제가 전부 기준을 충족했다는 판단도 내놨다.

◆오스틴 美국방, 이태원 참사 애도…"엄숙한 기간 北ICBM 유감"

한편 오스틴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을 시작하며 최근 이태원에서 벌어진 핼러윈 참사를 거론, "지난 주말 서울에서 벌어진 끔찍한 비극에 가장 깊은 애도를 보내고자 한다"라고 했다. 이번 참사 희생자 중에는 미국 국적자도 2명 포함됐다.

오스틴 장관은 이어 "북한이 지난밤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물론, 오늘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를 통해 엄숙한 기간을 방해하기로 결정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개탄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런 상황에서 "이 장관과 협의했고, 우리는 우리 대비 태세와 상호운용성 강화를 위해 오랜 기간 계획된 연합훈련활동인 비질런트 스톰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오스틴 장관은 "우리는 미국과 역내 동맹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지를 개발하기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이날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으로부터 지난달 한·미 합참의장 간 이뤄진 제47차 군사위원회회의(MCM) 결과를 보고받았다. 이후 2023년 상호 편리한 시기에 제48차 MCM 및 제55차 SCM을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mzero@newsis.com, hahah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