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권 브랜드단지도 미분양 못 피해…쏟아지는 물량 어쩌나

기사등록 2022/11/02 15:02:26 최종수정 2022/11/02 15:31:43

7일 '수원 아이파크 시티 10단지' 무순위 청약

'인덕원 자이SK뷰' 등 동·호수지정 선착순분양

[고양=뉴시스] 조수정 기자 = 사진은 10일 경기 고양시 아파트들. 2022.10.10.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금리인상에 따른 분양시장 침체로 경기권 내 브랜드 단지들도 장기 미분양의 늪에 빠지고 있는 가운데 11월 건설사들이 미뤄오던 공급을 쏟아내면서 미분양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 '수원 아이파크 시티 10단지'는 오는 7일 두 번째 무순위 청약을 통해 전용면적 84㎡ 12가구에 대한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이 단지는 지난 8월 일반분양 당시 모든 평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으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80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이어 지난달 12일 첫 무순위 청약에서도 80가구 중 23건이 다시 미달됐다.

이번에 무순위 청약에 나온 가구들의 분양가는 6억9505만~7억2432만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이는 인근에 위치한 '영통롯데캐슬엘클래스' 같은 평형의 분양가 6억원보다는 약 1억원 이상 더 높은 수준이다.

또 지난달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508가구 중 6가구만 신청하는 등 대규모 미달이 발생한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 자이 SK뷰'는 남은 502가구에 대해 청약통장과 상관없이 동, 호수를 지정할 수 있는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기로 했다.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1대 1을 밑돌게 되면 사업자가 재량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아울러 수원 영통구 망포동에 위치한 '영통 푸르지오 트레센츠'와 '영통 푸르지오 파인베르' 역시 지난달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모집수를 다 채우지 못하면서 전용 105㎡ 일부 가구에 대해 동·호수 지정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안양시 호계동 소재 '평촌두산위브더프라임'은 일반분양 물량 178가구 중 111가구에 대해 지난달 24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으나, 27명만이 청약을 신청하면서 평균 경쟁률 0.24대 1을 기록했다.

화성시 동화지구 '화성봉담자이라젠느' 역시 지난 9월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으나 신청건수는 128가구 중 30건에 그쳤다. 의정부시 의정부동 '의정부역파밀리에Ⅰ'은 지난 8월 무순위 청약 53가구 모집에 4가구만 신청이 들어왔다.

경기권의 심각한 미분양 상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모두 4만1604가구로 집계됐다. 전월 3만2722가구 대비 27.1% 증가한 수치다. 특히 경기는 5553가구로 74.6%이나 늘어났다.

그러나 분양을 미루고 미루던 건설사들은 결국 이달 경기권에 공급물량을 쏟아낼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1월 경기에 공급되는 물량은 2만914가구로, 수도권 물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대표적으로는 화성시 신동 '동탄어울림파밀리에·동탄숨마데시앙(1256가구)', '동탄파크릭스A51-1·A51-2블록(724가구)' 등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또 부천시 원종동과 성남시 복정동, 대장동 등에서는 신혼희망타운(공공분양)으로 2600여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처럼 미분양이 계속 쌓이게 되면 건설사들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번 레고랜드 사태로 부실해진 건설업계 재무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질 수 있다.

이에 정부는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지난달 27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청약 당첨자의 기존주택 처분기한 2년 연장, 중도금 대출보증 상한액 확대 등 규제완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업계에서는 금리인상으로 인한 수요자들의 부담감을 떨치기엔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규제 정상화는 현실적으로도 필요한 사안이지만,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는 감은 있다"며 "미국 등 기타 요인들에 큰 변동이 없었다면 서울집값이 좀 더 내려한다는 등의 정책방향도 당분간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레고랜드 건'으로 부동산PF가 더욱 가시화되면서 시장의 경착륙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하지만 지금이라도 규제완화(정상화)의 내용이 보다 비중있게 다뤄진다는 것은,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시도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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