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여기서 나온 책은 진짜 다 좋아."

3년 만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독립출판·아트북 페어 '제14회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지난달 28일 서울 노원구 북서울미술관에서 개막한 북페어는 연일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최 측에 따르면 29일 하루 방문객은 8000여명에 달했으며 3일간 이어진 행사는 28일 6600명, 30일 8700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총 2만3000여명이 찾았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주관하고 있는 유어마인드의 이로 대표는 "회차로는 14회지만 3년 만에 다시 오프라인 행사를 하면서 몇 배의 부담을 느꼈고, 예측불가능한 측면이 많았다"며 "다행히 모든 부담이나 걱정을 상회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수치로는 3년 전인 제11회의 2만2000여명과 거의 동일한 방문객 추이였다"고 전했다.

총 200여팀의 출판사와 제작자가 참여한 이번 행사는 미술관 2개 층에 걸쳐서 구성됐다. 기존에 탄탄한 팬을 보유한 독립출판사부터 아트북 제작사, 개인 출판자까지 다양한 팀이 모여 관람객을 맞이했다.

◆언리미티드 에디션 첫 참여한 편않 출판사…"책 사랑하는 이들 만날 가장 좋은 기회"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국내에서 최대 규모의 독립출판 행사인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앞서 2번의 신청에서 떨어지고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된 편않 출판사는 "책을 정말 좋아하는 독자들을 만날 기회에 드디어 함께하게 됐다"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최근 언론·출판인 에세이 시리즈 '우리의 자리'를 펴낸 편않 출판사는 "기획성 있는 시리즈를 펴낸 뒤 신청을 해 겨우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독자들은 물론 업계 종사자들이 만나는 기회이기도 하다. 편않 출판사 관계자는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며 다양한 출판사 관계자와 교류할 수 있는 점도 좋다"며 "작은 규모의 출판사끼리 의견을 나누고 앞으로의 방향을 정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 출판물 홍보 위해 부스 마련 눈길… "작가 직접 대면하니 연예인 만난 기분"
창작자들의 개인 출판물을 소개하는 부스도 눈에 띄었다.

소설가 정지돈은 사진작가 유영진과 함께 지난해 펴낸 '존D: 존더구트의 책(Book of Sondergut)'를 소개하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정지돈(글), 최재훈(그림), 유영진(사진), 세 작가가 참여한 이 책은 지난해 텀블벅을 통해 판매된 뒤 이번 행사를 통해 처음으로 독자들을 만났다.

"기존에 팬층이 있는 행사다 보니 꼭 참여해보고 싶었어요. 지난해 텀블벅 판매 후 300부 정도 재고가 남아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지돈과 유영진은 행사 기간 중 부스를 지키며 자신들의 독립 출판물을 소개했다. 기존 독자층을 가진 정 작가를 찾는 이들까지 찾으며 부스는 북적였다.

정 작가는 "찾아와주시는 분이 많아 쑥스럽기도 하지만 반응도 좋고 책을 만든 친구와 함께 참여하니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북페어를 방문한 김모(27)씨는 "평소 팬이었던 작가님이 부스에 직접 나와 있으니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라며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을 살 수 있어서 좋았다"며 기뻐했다.

◆텀블벅, 산돌구름, 스티비 등 기업 후원도 큰 도움
"산돌구름 서체 지원은 소형 출판사 입장에서는 큰 힘이 되죠."

이번 행사에 참여한 출판사들 사이에선 후원사들에 대한 호평도 이어진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참여팀을 대상으로 산돌구름 서체 6개월 지원을 비롯해 메일링 서비스 스티비 6개월 무료 이용권을 지원한다. 펀딩사이트 텀블벅은 참가팀 중 펀딩을 받는 프로젝트를 모아 기획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로 대표는 "행사를 후원하는 기업들은 모두 제작자와 예술가가 독자를 만나는 법을 고민하는 곳"이라며 "이러한 회사들의 후원은 참가팀이 독자를 맞이하는 방법을 보다 다양하게 확장해준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가 무사히 마무리된 것에 안도감을 표하고 있다. 코로나19 등을 거치면서도 매해 행사를 이어와 다시 본래 규모로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대표는 "가장 오래 진행한 행사가 되는 것이나 가장 큰 행사가 되는 것은 목표가 아니다. 방문객들이 예정에 없던 작가를 발견하고, 작가 스스로 이 축제의 주인공으로 느낄 방법을 매해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목표"라며 "매해 행사를 이어올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다"며 내년에 돌아올 행사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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