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파렴치한 사람들...구조대가 튼 길 뒤를 웃으며 졸졸 따라가"

기사등록 2022/11/01 14:02:49 최종수정 2022/11/01 14:10:48

참사 현장 겨우 빠져나온 20대 인터뷰

"이들 때문에 희생자 구조작업 지체돼"

"사람 머리만 보이니 사고 전혀 몰랐다"

"인파 속 묻힌 사람들, 2~3m 앞도 몰라"

"뒤에 있던 남성 일부, 의도적으로 밀어"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 물품들이 남아 있다. 2022.11.0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대규모 사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의 사고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구급대원과 경찰들이 터놓은 길을 일부 파렴치한 시민들이 다시 메우는 바람에 구급대원들의 현장 도착이 늦어졌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1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 29일 밤 10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를 방문했던 김모(29)씨는 인파가 파도처럼 흔들려 오도 가도 못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세계음식문화거리를 지나던 그는 사고 현장 지척에서 일부 사람들이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고, 필사적으로 현장을 벗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현장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사고 수습을 어렵게 만드는 시민들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구급대원과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길을 뚫으니 일부 파렴치한 사람들이 웃으며 그 뒤를 졸졸 따라 들어갔다"며 "길이 생기면서 빠르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람들 때문에 길이 다시 메워지고, 소방관 등의 진입이 다시 지체돼 희생자 구조작업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김씨는 "결국 구급대원들에게 필요한 길이 터지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며 "차량 진입이 어려웠기 때문에 인파 속에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 급선무였다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한강진역에 다다를 즈음에야 사방에서 구급차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차량 정체도 너무 심했던 상황이라 구급차가 진입하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며 "사고 시점을 생각하면 구급차 도착이 너무 지연됐던 터라 늦었다는 생각에 집에 가는 길이 너무 괴로웠다"고 했다.

김씨는 사고 발생 당시 현장에 있었지만, 대부분 인파가 사고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고 기억했다. 키가 180㎝가 넘는 그도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았고, 주변 상가 음악 소리가 너무 커 의사소통도 어려웠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2022.11.01. jhope@newsis.com
그는 "제 눈높이에서도 사람들 머리만 보이다 보니 사고에 대한 인지가 바로 되지 않았다. 전혀 몰랐다"며 "인파 속에 묻힌 사람들은 바로 2~3m 앞 상황조차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던 중 시야에 사고 현장이 보였다. 제가 봤던 현장은 아마 오후 10시35분 정도로 생각된다"며 "보도에 따르면 사고발생(최초신고) 후 20분 정도 지난 뒤였다"고 했다.

김씨는 "사고 발생 직후인데도 인파에 묻혀서 바로 앞 상황조차 알 수 없었다"며 "사고가 났다는 것을 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는데, 주변 음악 소리가 너무 커 전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사고 당시 뒤편에 있었던 일부 남성이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미는 모습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제 눈높이에서 분명히 봤다. 일부러 사람들을 장난스럽게 밀던 사람들은 존재했다"며 "사건이 워낙 순식간이었고 그들의 얼굴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한스럽다"고 전했다.

또 "확실한 건 제가 겪었던 인파의 쏠림은 몇몇 남성들의 의도적인 미는 현상 때문이었다"며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또 제가 있던 거리에서 그런 압력을 만드는 자들과 그로 인해 밀리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경험했다"고 돌아봤다.

당시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서편 골목은 폭 3.2m에 길이 40m의 좁은 길로 면적은 128㎡가량인데 이러한 골목에 1000여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많은 인파 속에서 뒤쪽에 있던 남성들이 아래쪽으로 사람들을 밀면서 밀린 사람들이 겹겹 쌓이고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증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o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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