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475명 규모 특수본 꾸려 사고경위 수사 착수
좁은 골목길 인파 몰려 사고…"도미노처럼 쓰러져"
사고 경위를 놓고 다양한 증언이 쏟아지고 있는데, 일각에선 3년 만에 열린 '노 마스크' 행사로 혼잡할 것이 예상됐음에도 경찰과 행정당국의 사전 대비가 안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과학수사팀, 피해자보호팀, 전담수사팀 등으로 구성된 475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특히 전날 밤 사고 직후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지에서 피해자들이 얼굴과 신체를 드러내고 바닥에 쓰러진 사진과 동영상이 무더기로 유포되고, 사고 배경을 둘러싼 유언비어가 퍼진 것도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 개인정보 유출행위 등 온라인상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고는 지난 29일 오후 10시22분께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 119-7번지 일대에서 발생했다. 이 골목은 이태원역 1번출구로 나와 클럽과 주요 식당이 몰려있는 세계음식문화거리로 곧장 이어지는 길이다.
사고를 목격한 시민들은 이태원역으로 향하는 폭 4m의, 길이 50여m의 경사진 좁은 골목길에 과도한 인파가 몰려 서로 밀고 밀리던 중에 일부 사람들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대규모 참사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당시 사고 장면을 촬영한 영상 등을 보면 좁은 공간에 계속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적지않은 사람들이 넘어져 일어서지 못했다.
이태원 해밀톤호텔 근처에서 사고를 목격했다는 이모(24)씨도 "서로 앞으로 가라고 밀다가 대로에서 근처 골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점점 더 밀기 시작하면서 벽에 부딪히거나 휩쓸려서 넘어지는 사람이 생겼다. 살려달라는 비명이 곳곳에서 들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 유명 인플루언서가 현장에 왔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를 보려던 사람들이 몰린 직후 사고가 시작됐다는 증언이 현장 목격자들과 SNS 등지에 퍼지기도 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사람들이 뒤엉킨 상태에서 누군가 "밀어"라고 외쳤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매해 10월31일마다 이태원에서는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한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축제가 열렸기에 이번 참사는 유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외 마스크 해제 등 지난 2020년부터 3년째 이어지던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사실상 해제되면서 방역 제한에 억눌렸던 인파가 쏟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2019년 이후 열리지 못하던 '서울세계불꽃축제'가 3년 만인 지난 8일 재개되자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는 105만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한편으로 특정 지역에 인파가 급속도로 쏠리지 않도록 유도하는 등 경찰과 행정당국이 사전에 안전관리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일본 경찰의 경우 지난 2001년 효고현의 아카시(明石)시에서 열린 불꽃놀이 도중 11명이 숨지고 247명이 다친 압사 사고가 발생한 뒤 다수가 운집할 때 경력을 추가 배치하는 '혼잡 경비'를 신설해 대응하고 있다. 실제 지난 29일 핼러윈 행사가 열린 일본 도쿄 시부야구 일대에 다수의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인파를 유도하는 모습이 SNS에 공유되고 있다.
다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 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였다"면서 경력 배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29일 서울 시내 곳곳 여러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병력들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서울경찰청도 "핼러윈 대비 경력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에는 경찰관을 34~90명 수준에서 동원했다"며 "올해는 지구대·파출소 인력을 증원하고 경찰서 교통·형사·외사 기능으로 합동 순찰팀을 구성, 시도경찰청 수사·외사까지 포함해 총 137명을 배치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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