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퇴장' 논란 새 영상 등장…시진핑 지시로 완력에 끌려나가

기사등록 2022/10/26 13:05:38 최종수정 2022/10/26 13:43:43

中후진타오 퇴장 의혹 증폭 속 새로운 영상 등장

후진타오가 붉은색 서류 들추려 하자 리잔수가 제지

시진핑 지시에 고위보좌관은 후 전 주석에 퇴장 권유

후, 이석 거부하자 보좌관이 팔장 끼고 강제로 일으켜

후, 시진핑에 계속 말 걸지만 시 주석은 정면만 응시

[베이징=AP/뉴시스]시진핑(사진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퇴장하는 동안 정면을 주시하고 있다. 2022.10.26.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 도중 돌연 퇴장한 배경을 놓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후 전 주석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에 의해서 끌려 나간 게 맞다는 추측을 뒷받침해주는 영상이 새로 나왔다.

25일(현지시간) BBC, 가디언에 따르면 후진타오가 지난 주 베이징에서 열린 당대회에서 극적으로 퇴장당하기 전에 있었던 일을 보여주는 새로운 영상이 등장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채널뉴스아시아(CNA)가 촬영한 이 영상은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오른 쪽에 앉아있던 후진타오의 앞에 놓여있던 붉은색 표지의 서류를 어떻게 빼앗고 말을 하는지 더 자세하게 보여준다.

후진타오는 당대회 당시 배포된 서류를 붉은 받침 밑에서 위로 끌어올리려고 한다. 그러자 리잔수가 서류를 가져 갔고 후진타오는 다소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면서 서류 위에 다시 손을 얹어 가져오려고 시도했다. 후진타오가 문서를 다시 꺼내려 할 것을 우려한 리잔수는 서류 더미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계속 잡고 있다.

리잔수가 후진타오를 달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뭔가 대화를 하는 동안, 시진핑은 다른 곳을 응시하는 듯 하면서도 내내 자신의 왼쪽 편에서 벌어지고 있던 후진타오와 리잔수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어 시진핑은 한 남성 보좌관을 불러서는 꽤 오래 지시를 내린다. 시진핑은 손으로 자신 앞에 놓인 붉은색 받침(후진타오 앞에 놓여 있던 서류 및 받침과 같은 것)을 손바닥으로 톡톡 치면서, 해당 서류와 받침을 어떻게 하라는 지시까지 내리는 듯 보인다.
[베이징=AP/뉴시스]시진핑(사진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퇴장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2022.10.26.
그러자 보좌관은 후진타오를 조용히 설득하며 퇴장을 권유한 것처럼 보였지만, 후진타오가 자리에서 10여초 이상 꿈쩍도 안 하고 오히려 불만을 내뱉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후진타오의 서류를 낚아채고 오른쪽 팔을 붙잡아 강제로 자리에서 일으키려고 시도했다.

보좌관의 완력을 못이긴 후진타오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지만, 다시 자리에 앉으려고 시도했다. 이에 또 다른 보좌관이 후진타오에게 접근해 퇴장을 권유한다. 이 때 후진타오가 붉은색 받침 밑에 있는 서류를 들추려는 행동을 다시 취하자, 보좌관들은 후진타오의 행동을 황급히 제지했다. 

이를 보다못한 리잔수가 후진타오를 돕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하자 리잔수의 옆에 있던 한 인사가 끌어 앉히면서 리잔수가 주춤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리잔수를 끌어앉힌 인사는 왕후닝(王滬寧) 중국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알려졌다.

결국 후진타오는 퇴장을 하면서 무표정한 시진핑에게 계속 말을 걸었고 시진핑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고개만 몇차례 살짝 끄덕일 뿐 후진타오가 퇴장하는 내내 수동적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베이징=AP/뉴시스]시진핑(사진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퇴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22.10.26.
그러는 동안 후진타오는 시진핑의 오른 쪽 옆에 앉아있던 리커창 총리를 격려하는 듯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고, 리커창은 고개를 돌려 후진타오가 퇴장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예상치 못한 이 순간은 현재 여러 추측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더 많은 합의에 기반을 둔 후진타오 시대가 확실히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진핑의 의도적인 권력 플레이라고 주장이 제기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후진타오의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 트위터를 통해 후진타오가 건강이 좋지 않아 호위를 받으며 이석했다고 밝혔으나, 중국 국내에서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트위터는 접속이 차단된다.

BBC는 시진핑이 3연임 확정과 20기 최고 지도부를 발표하기 전날인 지난 22일 벌어진 이 장면을 놓고 중국 정치가 너무 불투명하다는 사실과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게 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AP/뉴시스]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2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폐막식이 열린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시진핑전 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가디언은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열린 당대회에서 호위를 받으며 퇴장하기 직전 공식 문서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는 것을 새로운 동영상이 보여주고 있다"며 "후 주석이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 무대에서 마지못해 물러난 것은 조심스럽게 짜여진 대본없는 정치극의 극히 드문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채널뉴스아시아가 촬영한 이 영상은 후진타오가 건강이 좋지 않다는 공식 입장을 왜곡하진 않지만, 후진타오가 눈앞에서 문서를 처리한 것이 이 사건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고 BBC는 전했다.
[베이징=AP/뉴시스]지난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20차 중국 전국대표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중앙에 서서 리커창 총리의 어깨를 만지는 것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켜보고 있다. 2022.10.26.
중국 공산당 기관지 학습시보의 편집장을 지낸 덩위원(鄧聿文)은 "카메라를 굴리며 이렇게 세간의 이목을 끄는 회의에서 후 전 주석이 읽지 못할 문서를 당이 바로 앞에 놓을 이유가 없다"며 "그것은 정말 특이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파일에 무엇이 들어있었는지, 또는 현장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한 더 많은 증거가 있을 때까지 아무도 그것을 설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쑹원디 호주국립대 정치학 교수는 "새로운 영상도 아직 결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특히 그와 같은 고위층 행사에서 질서를 중시하며 특히 시진핑 시대에는 통제력을 중시한다"며 "따라서 통제 불능의 후 전 주석과 이 갑작스러운 퇴장은 확실히 이상해 보이며, 그것이 많은 소문을 정당화하는 이유이다. 그렇다고 해서 숙청에 대한 소문이나 추측이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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