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78%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활용도가 낮다"

기사등록 2022/10/25 15:35:42

68% "시스템, 학생지도 도움 되지 않아"

진단 프로그램은 94%가 "활용 안 한다"

좋은교사운동 "진단·보정 아닌 예방 必"

[서울=뉴시스]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이 초중고 교사 441명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의 활용 실태를 조사한 설문 결과. (자료=좋은교사운동 제공) 2022.10.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교육부가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에 대해 대상 확대를 약속했지만 막상 현장 교사들은 큰 효과를 못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은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에 대한 활용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7~23일 동안 전국 초중고 교사 4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그 결과, 응답자 68%가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이 학생 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78%는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의 활용도를 '낮음'으로 평가했다.

특히, '보정'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베이스 캠프'는 94%가 "활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 중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73%에 달했다. 응답자 중 6%만 보정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베이스 캠프'를 "전혀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도 52%로 과반을 넘겨, 인지도 자체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은 진단과 보정 이후에 향상도 평가를 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조차도 활용도가 낮았다.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을 통해 향상도 평가를 한다고 답한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은 충남대 응용교육측정평가연구소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개발해 매 학기 초 각 시도교육청에서 활용 중인 학력진단 도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개발해 매년 중3·고2 재학생 3%를 대상으로 표집평가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달리 학교별 자율적 시행이 가능하고, 문항이 '하' 수준으로만 구성돼 있으며, 평가 결과를 4단계가 아닌 2단계(도달·미도달)로만 제공한다는 차이가 있다.

앞서 교육부는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대상을 2024년까지 초1~고2로 확대하고, 인공지능(AI) 기반 학습진단체계로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냉담했다. 교육부의 이 같은 방안이 학생들의 기초학력 향상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인지를 묻는 문항에 좋은교사운동 설문조사 응답자 74%가 "그렇지 않다"고 내다봤다.

좋은교사운동은 이처럼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활용도와 기대가 낮은 이유로 "학력진단이 학생 지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좋은교사운동은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이 기초학력 미도달 학생을 책임지게 하는 정책으로는 기초학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그러나 교육당국은 이미 실패가 오랫동안 확인된 정책을 다시 강화하는 예견된 정책 실패를 실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좋은교사운동은 해결책으로 진단·보정이 아닌 '예방'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초학력 전문 인력, 맞춤형 지도 환경 조성, 과학적으로 검증된 증거 기반의 프로그램 개발·보급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좋은교사운동은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은 그동안 교육부 기초학력 정책의 핵심이었지만 설문 결과를 보면, 현장에서는 외면받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따라서 근본적인 고민과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nockro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