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부터 바늘까지 든다…기계연구원 '코끼리 코 로봇 손' 개발 성공

기사등록 2022/10/20 16:49:34

코끼리 코처럼 흡착과 오므려 잡기가 가능한 그리퍼

물건을 꼬집어 잡거나 흡착, 다양한 크기의 물체 잡기 가능

[대전=뉴시스] 코끼리와 그리퍼가 감자칩을 잡는 모습을 비교한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김양수 기자 = 상자 같은 큰 물체부터 침이나 바늘처럼 매우 가늘고 얇은 물체까지 잡을 수 있는 코끼리 코 로봇이 개발됐다.

한국기계연구원은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송성혁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코끼리 코를 모방해 물체를 쥐어 옮기거나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그리퍼(Gripper)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기술은 코끼리가 물건을 잡을 때 작은 물체는 코 끝을 오므려 잡고 큰 물체는 코로 공기를 들이마시며 잡는 동작을 모사해 오므려 잡거나 흡착으로 잡는 동작이 모두 가능한 기술이다.

송 연구팀의 코끼리 코 그리퍼는 유연 구조체와 구조체의 변형을 만드는 와이어, 유연하고 얇은 벽으로 구성된 집게·흡착 융합형 제품이다.
 
복잡한 기계장치나 센서없이도 잡은 물체를 파손 없이 안정적으로 움켜줘 조립할 수 있고 물품의 안정적 이송이 가능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연 구조체에는 내부에 진공을 만드는 여러 개의 미세유로가 있어 그리퍼가 물체에 흡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각각의 미세유로는 유연해 물체 접촉 시 물체 형상과 일치하도록 변형돼 밀착되기 때문에 유연 구조체 자체가 흡착용으로 작동한다.

특히 구조체 중앙에 있는 변형 와이어를 잡아당기면 구조체가 반으로 접혀 물체를 오므려 잡으면서 집게용으로 작동할 수 있다.

[대전=뉴시스] 다양한 크기의 물체를 움켜 쥐는 그리퍼. *재판매 및 DB 금지
그리퍼가 오므러 들면서 외부의 유연한 벽이 물체 주변을 감싸고 물체 주변을 밀폐시키면서 내부에 진공을 일으켜 물체를 감싸 안는 힘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어 높은 파지력(움켜 쥐는 힘)을 갖는다.

보통 그리퍼는 집게형과 흡착형으로 나눠 개발돼왔다. 집게형은 물체의 크기가 집게가 벌어지는 최대 크기보다 크면 움켜잡을 수 없고 흡착형은 다양한 크기의 물체를 파지할 수 있으나 바늘이나 실처럼 매우 가는 물체나 천, 겹쳐져 있는 종이처럼 얇아서 꼬집어 잡아야 하는 물체를 쥐기 어려웠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집게형과 흡착형의 파지 기능을 동시에 발휘할 수 있어 다양한 크기와 형태를 가진 물체의 파지가 가능, 한방 침(직경 0.25㎜)을 바닥에서 집어 올리거나 박스에 흡착해 들어 올릴 수 있다.

 또한 복잡한 센서나 제어없이 변형 와이어를 움직이는 공압 실린더를 단순히 켜고 끄는 동작만으로 다양한 물체 파지가 가능하다.
 
송성혁 선임연구원은 "말랑말랑한 그리퍼를 바닥에 밀착시킨 후 진공을 만들어주면서 오므리는 동작을 동시에 수행하면 마치 손가락으로 바닥을 강하게 꼬집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를 통해 매우 가는 물체까지 파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찬훈 AI로봇연구본부장은 "집게·흡착 융합형 코끼리 코 그리퍼는 말랑말랑해 사람과 함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부상의 위험이 없고 복잡한 기계구조나 센서없이도 정밀한 부품부터 박스까지 다양한 크기 물체를 쉽게 다룰 수 있다"면서 "일상생활은 물론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이 가능해 서비스 로봇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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