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 사태서 드러난 우유산업 위기…'사업 다각화'로 돌파구

기사등록 2022/10/23 09:00:00 최종수정 2022/10/23 09:06:43

푸르밀 사업 종료 결정에 유업계에 위기감 확산

건기식·케어푸드·단백질 시장 진출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45년간 유가공 사업을 이어오던 범롯데가 유제품 전문 기업 푸르밀이 사업을 전격 종료한 것을 계기로 유업계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우유 산업 성장 전망성을 낮게 보고 사업을 접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로 유업계의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2026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과 유럽산 우유과 무관세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국산 우유의 설 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우유 업체들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사업 활로를 모색하고 중장기적으로 실적 개선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와 매일유업·남양유업 등 유업계 '빅3'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케어푸드, 단백질 음료 시장 진출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우유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나100%' 우유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강화하고, 우유 시장을 세분화한 기능성 제품 출시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서울우유는 지난 5월 프리미엄 유당 분해 우유 '내 속이 편안한 우유'를 선보인데 이어 락토프리 우유 시장, 단백질 강화 제품 등 기능성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품 출시에 나설 예정이다.

비대면 소비 문화 확산으로 이커머스 성장에 힘입어 온라인 전용 브랜드 '클릭유(Click U)'를 통한 온라인 특화 제품 확대도 고려하고 있다.

국산 원유를 활용한 가정간편식과 디저트 등 다양한 제품군 확대에도 집중한다. 발효유 시장에선 토핑 요거트 성장성에 주목해 비요뜨 제품 라인업을 계속 늘릴 예정이다.

매일유업은 유제품 소비 감소 속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영유아 인구와 달리 실버푸드 시장의 성장성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2018년 성인영양식 셀렉스를 출시하며 성인영양식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유업계 빅3 중 유일하게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매일유업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6.2% 늘어난 1조5519억원, 영업이익은 1.5% 상승한 878억원을 기록했다.

남양유업도 사업 다각화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은 독일 제약회사 프레지니우스카비와 협업을 통해 판매하는 프리미엄 환자 영양식 ‘프레주빈’ 등 케어푸드 사업도 지속하고,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의 리브랜딩을 통해 파우더 및 RTD, 테트라 등으로 신성장 동력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몬드 및 오트 같은 시장 트렌드에 맞는 식물성 우유 제품도 계속 출시할 예정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건강 트렌드에 맞춘 단백질 식품과 건기식 시장, 대체우유 시장 등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유업계의 사업다각화가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백질 제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은 유업계만의 싸움이 아니다"며 "제약회사 및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등 경쟁 상대가 많은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푸르밀은 적자 누적으로 다음달 결국 사업을 접는다. 경북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우유가공 업체인 영남우유가 적자에 시달리다 지난 2015년 결국 폐업한 경우가 있지만, 전국 단위로 사업체를 운영하던 유업체가 사업을 중단하는 사례는 푸르밀이 최초다.

푸르밀은 LG생활건강 등에 회사를 매각하려했지만 불발되면서 결국 사업종료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푸르밀 직원들은 사측의 일방적인 사업 종료와 해고 통보에 반발하며 집단 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지난 21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열고 "사측의 사업종료와 해고 통보가 부당하다"며 "푸르밀 사태에 대해 노동부가 진상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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