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웅덩이 앞 땅속의 어머니...국립현대미술관 임옥상 개인전

기사등록 2022/10/20 10:30:00 최종수정 2022/10/20 10:51:41

'여기, 일어서는 땅' 등 신작 설치작 등 40점

130여점 아카이브 공개...21일 서울서 개막


[서울=뉴시스]임옥상. 서울관 전시마당 전경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임옥상(72)의 대규모 신작 설치 작업을 공개하는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전이 2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이번 전시는 리얼리즘 미술에서 출발, 대지미술, 환경미술로까지 작업 영역을 넓힌 임옥상의 현재 활동과 작업을 살펴보고자 기획했다고 20일 밝혔다.

민중미술 작가로 유명한 임옥상은 80년대 민중미술 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현실과 발언'의 창립 멤버였고, 미술의 사회 참여를 위해 다방면에서 활동해왔다.  “미술은 전통에 기반을 두되 역사 의식과 현실 인식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확신이었다.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공공미술가로 변신했다. ‘미술관 밖’ 미술실천적 참여프로그램, 이벤트, 설치, 퍼포먼스 등을 다수 기획·진행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공공미술, 공공프로그램 등을 통해 소통의 계기를 구체화했다. 최근 파주 장단평야의 실제 논에서 ‘예술이 흙이 되는’ 형식을 빌려 일종의 환경미술 혹은 대지미술, 현장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서울=뉴시스]임옥상, 흙의 소리, 2022, 흙, 혼합재료, 390x480x300cm. 2022.10.20.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관 6, 7전시실과 야외 전시마당에 대규모 설치작(6점) 등 130여 점의 아카이브 자료를 소개한다.
 
신작 중 하나인 12m 높이의 대규모 설치 작업 '여기, 일어서는 땅'(2022)을 전시의 중심에 놓고 6전시실과 전시마당에 설치 작품을, 7전시실에 평면 작품을 위치시키며 작가 초기 회화와 최근작을 '깍지 끼듯' 마주 이어 구성했다.
 
사방이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미술관 내 중정(中庭) 전시마당에는 지름 4m가 넘는 '검은 웅덩이'(2022)를 한가운데 만들었다.  '검은 웅덩이'를 판 작가는 이곳에 (흙색의)철로 제작된 조각 '대지-어머니'(1993)를 함께 배치해 마치 흙이 들려 일어나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6전시실에는 대형 설치작들이 전시됐다. 표면이 흙으로 빚어진 설치 작품 '흙의 소리'(2022)가 마치 대지의 신 가이아(Gaia)의 머리가 옆으로 누워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작품의 한쪽에는 입구가 마련되어 그 거대한 인간의 머릿속으로 관객을 걸어 들어가게 한다. 동굴과도 같이 다소 어두운 공간에서 가이아, 대지의 어머니가 내는 숨소리를 감각할 수 있다. 긴 계단과 복도를 지나가면 다소 어두운 공간 안에 거대한 흙벽이 펼쳐진다.

'여기, 일어서는 땅'(2022)은 패널 36개를 짜 맞춘 세로 12m, 가로 12m의 대규모 설치 작업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파주 장단평야 내 논에서 작업했다. 장단평야 논에서 떠온 흙은 추수 후 땅의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다.
[서울=뉴시스]임옥상, 불, 1979, 캔버스에 유채, 129x128.5cm, MMCA 소장, 임옥상 미술연구소 사진 제공


7전시실은 재구성된 작가의 제1회 개인전(1981)과 그 시기 회화 작품들의 물리적 거리‘사이’를 움직여 걸어 다니는 관객의 신체적 행위를 통해 비로소 의미가 채워지며, 이어 작가의 최근 회화 작품들을 마주하게 한다. 2010년대 작가는 캔버스 위에 흙을 덧발라 채우고 그 위에 유화물감, 먹물 등을 혼합하여 흙산수를 그려냈다. 그 형상들은 작가의 신체적 행위 자체를 반영하기도 하고, 상당히 구상적인 전통 산수(山水)풍경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번 전시에서 회화 신작도 포함됐다.
[서울=뉴시스]새, 1983, 종이부조에 아크릴릭, 199.8x269.5x5.7cm, 리움미술관 소장, 임옥상 미술연구소 사진 제공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현대미술계 주요 작가 임옥상의 최근 작품들을 중심으로 작가 작업에 대한 정형화된 이해를 벗어나 보다 확장된 시각으로 작가의 작업세계를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중진 작가들의 현재를 짚어보고, 한국 현대미술사 흐름을 지속적으로 재해석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2023년 3월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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