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돌고 돈다…'식지 않네' 레트로 열풍
단종제품 부활, 과거 캐릭터·패키지 활용해
식품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억 마케팅
"세대 공감대 형성…한동안 인기 지속될 듯"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레트로(복고)'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그때 그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단종 제품이 부활하거나 과거 인기를 끌던 캐릭터나 패키지를 활용해 출시하는 '레트로 마케팅'이 업계 곳곳에 확산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 시작된 레트로는 이제는 많은 기업들의 핵심 마케팅이 됐다는 평가다. 기업들은 레트로한 상품을 다양하게 출시하면서 추억 마케팅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돌아온 포켓몬빵', '진로이즈백' 등 식음료업계를 중심으로 시작된 레트로 마케팅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식품업계는 여전하다. 출시 당시 하루 80만개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케로로빵'이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16년만에 돌아왔다. CU가 단독으로 재출시하는 '케로로빵'은 총 6종이다. 케로로 미니땅콩샌드와 푸루루 크림붓세를 시작으로 쿠루루 치즈케익과 도로로 카라멜스콘, 기로로 카스테라와 타마마 딸기샌드를 매주 2종씩 차례로 선보인다. 케로로빵에는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총 82종의 케로로 캐릭터 띠부띠부 씰이 랜덤으로 들어 있다.
육아용품도 10년 전 제품이 재출시되고 있다. 아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동시에 부모 세대의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영유아 브랜드 페넬로페는 10년 전 디자인을 재현한 한정판 '어게인 에디션' 아기물티슈를 출시했다. '프린세스 미미' 인형도 있다. 롯데마트 완구 전문점 토이저러스는 '미미' 탄생 40주년을 맞아 1980년대 콘셉트의 한정판 미미 인형 2종을 내놨다.
'다정한 친구 미미 1982 롤러스케이트 타요'는 1980년대를 떠오르게 하는 체크 바지와 로고 맨투맨 티, 롤러스케이트와 카세트테이프로 구성됐다. '다정한 친구 미미 1982 즐거운 피크닉'은 1980년대 미미가 자주 입던 플라워 패턴의 원피스에 밀짚모자를 더했다.
생활용품 역시 추억여행을 떠났다. 코멕스산업(코멕스)은 누적 판매량 800만개를 자랑하는 스테디셀러 '네오박스'에 요즘 감성의 컬러를 더해 '네오박스 플러스'를 출시했다. 1992년 항균력 99.9% 물통으로 출시한 코멕스 '바이오탱크'는 집집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국민 약수터 물통으로 불렸다.
30년간 사랑을 받아온 바이오탱크를 축소해 선보인 미니어처 버전의 '바이오탱크 항균 휴대용물통(700㎖)'은 과거 캐릭터를 활용한 로고 디자인으로 레트로 감성을 한층 더했다. 몸통은 추억의 약수터 물통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했다.
카메라·볼펜도 레트로 열풍 한가운데 있다. 검은색과 흰색이 조합된 육각 형태의 디자인의 국민 볼펜 '모나미 153'이 애플펜슬 케이스로 재탄생했다. 모나미는 IT 액세서리 전문기업 엘라고와 손잡고 두번째 협업 제품인 '153 MIX 애플펜슬2 케이스'를 출시했다. '153 MIX 애플펜슬2 케이스'는 지난 3월 모나미 국민 볼펜 '모나미153' 디자인을 재현해 선보인 애플펜슬2 케이스의 후속 제품이다.
패션은 레트로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올해 여름 로우라이즈, 찢청, 크롭티 등을 통해 패션계를 점령한 'Y2K(2000년대)' 열풍이 가을에도 지속되고 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가 8월24일~9월7일 판매·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하반기 이후 각종 사회 활동과 모임 등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며 '프레피룩(미국 교복을 연상시키는 패션 스타일)'이 새로운 Y2K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프레피룩은 다양한 디테일과 레트로 감성을 통해 개성을 강조하면서도 격식을 갖춘 느낌을 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프레피룩 검색량은 전년 대비 36배(3548%)가량 대폭 증가했다.
이랜드의 캐주얼 브랜드 후아유(WHO.A.U)는 레트로 열풍 등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매출은 80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 550억원 대비 45%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1000억원을 돌파하고 2025년 3000억원으로 매출 목표를 높였다.
프로스펙스는 1980년대 운동화를 복각한 클래식 라인의 '오리지널JQ'를 출시했다. 오리지널JQ는 1980년대에 출시된 조깅화 '오리지널J'에서 영감을 얻은 스니커즈다. 디자인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착화감을 높였다.
부모 세대에게는 그리운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레트로 열풍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레트로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그 시절의 추억을, Z세대에겐 '힙한' 색다름과 특별함을 선사하는 매력으로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예전 감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디자인과 편의성을 개선한 리뉴얼 신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트로 열풍은 단순히 추억 소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라며 "식음료뿐만 아니라 패션, 유통, 인테리어 등 다양한 업계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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