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성 의심 속에 러시아 언론 "헤르손시에서 시민 철수 시작"

기사등록 2022/10/19 21:17:57
[AP/뉴시스]우크라이나에 파견된 러시아군 최고사령관 세르게이 수로비킨이 19일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의 러시아군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2022.10.19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지 헤르손시에서 시민들을 대규모 철수시킬 방침을 밝히면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철수를 촉구한 가운데 시민 철수가 시작되었다고 러시아 언론이 보도했다.

러시아의 이즈베치아 지 웹사이트에는 드니프로 강을 건너기 위해 부두에 모여 배를 기다리는 시민 사진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 안에서는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총사령관이 17일 공공연하게 헤르손주 상황이 어렵다고 '우는 소리'를 하고 러시아 임명 헤르손주 주지사가 전투 임박을 이유로 시민 철수를 강권하고 있는 모습이 "수상스러운 데"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치 러시아군이 헤르손주와 헤르손시에서 우크라 역공에 밀려 도망가는 듯한 모양인데 러시아가 이런 인상을 일부러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퇴각이 아닌 열세 인상의 프로파겐더(선전) 술책일 수 있다고 주의를 주고 있다.

러시아 임명의 블라디미르 살도 헤르손 주지사는 '우크라군 공세'에 앞두고 드니프로강 서안에 있는 4개 도시에서 5만~6만 명 시민이 "조직적이고 점진적으로 이동할 것"이며 주도 헤르손시의 러시아 임명 시정부도 강을 건널 것이라고 말했다.

흑해를 향해 남하하는 드니프로강은 물줄기 방향에 의해 서안 및 우안이 강의 북쪽이며 여기에 헤르손시가 소재해 있다. 살도 주지사는 "아무도 항복할 마음이 없지만 전투가 임박한 도시에 주민들이 남아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며 강을 건너 남쪽으로 이동할 것을 18일 촉구했다. 이틀 동안 5000여 명이 집을 버리고 헤르손시를 떠났다는 것이다.

살도 주지사의 도시 철수 촉구는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그럴 듯 보인다. 헤르손주는 러시아 연방에 병합되었지만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으며 국제법으로는 러시아군은 점령군이며 점령지에서 점령군에 의해 시민들이 이주, 추방되는 것은 전쟁범죄에 해당된다. 

러시아가 우크라군의 역공과 위세를 들어 시민들의 도시 철수를 촉구하는 실제 이유는 병합 이후 노골화한 '우크라인의 병합지 퇴출 및 러시아인 수입'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군이 실제 우크라군에 밀려 헤르손시에서 패퇴할 것으로 러시아군 내부에서 전망된다면 러시아군이 굳이 이런 사실을 '시민 철수'를 통해 떠버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헤르손주는 크름반도와 직접 맞대 있으며 침공 후 일주일 만인 3월2일 드니프로강 강북의 헤르손시가 내부자 내통에 의해 러시아군에 일찍 함락되었고 주 전체로도 90%가 3월 말에 러시아군 수중에 들어갔다.

우크라군은 7월부터 헤르손주 북단에 대한 탈환작전을 개시했으며 8월 말 동북부의 하르키우주와 함께 공식적인 역공 작전을 펼쳤다. 9월 초 하르키우주에서 우크라군은 5000㎢ 이상을 탈환했지만 남부의 헤르손주 북부에서는 500㎢ 수복에 그쳤다.

헤르손주는 강북으로도 북부 인접주 미콜라이우주까지 130㎞가 이어지는데 최근까지 30㎞ 정도를 수복했다. 헤르손시는 수복지 남단에서 50㎞는 더 내려가야 시작되는 만큼 러시아군의 헤르손시 우크라 대공세 임박 '하소연'은 작위적인 느낌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