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엔저 지속, 日완화-다른 국가 긴축 차이 때문"
시장은 당국 추가 외환시장 개입에 촉각·경계
'이미 추가 개입 실시' 관측도…재무상 답변 피해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의 통화인 엔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연일 추락하면서, 18일 1달러 당 149엔대를 기록했다. 32년 만의 최저치를 또 다시 경신했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재무상은 과도한 변동이 계속된다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NHK,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엔화 가치는 1달러 당 149엔대로 떨어졌다. 32년 만의 최저치였다. 지난 14일에 이어 또 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유럽연합(EU)의 유로 대비 엔화 가치도 1유로 당 146엔 중반까지 떨어졌다. 약 7년10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4%로 오른 점과 미일 금리 차이 등이 엔화 약세를 가속화했다.
특히 17일(현지시간) 영국의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이 9월 발표됐던 대규모 감세책 대부분을 철회하겠다고 표명한 점도 엔화 약세에 영향을 줬다.
엔화 가치가 1달러 당 15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일본의 은행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곧 150엔대를 찍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제 일본 외환시장에서는 정부와 일본은행의 추가 시장 개입이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NHK에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강해지던 중, 엔화 약세가 진행되면서 정부, 일본은행 대응에 주목되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노무라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를 통해 "달러 대비 엔화가 150엔에 도달하기 전, 가까운 시일 내 일본 당국이 또 다른 개입을 실시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지난 9월22일 약 24년 만의 엔화 매입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엔화 약세가 다시 가속화되면서, 개입 이전의 수준보다 더 떨어진 상태다.
엔화 약세의 핵심 원인인 미국 등과의 금리 격차 확대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FT는 "엔저 지속의 중심에는 일본은행의 초완화 정책과 대부분 다른 (국가의) 주요 중앙은행들이 보여주고 있는 긴축 추세 사이의 격차 확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 인상 등 긴축 금융정책을 단행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금융 완화를 지속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전 세계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금융 완화 정책을 펼치는 국가가 됐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금리 차이가 엔저의 핵심 원인이라는 지적은 외면하고 있다. 엔화 약세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계속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일본은행이 이미 추가적인 엔 매입의 외환시장 개입을 실시했다는 관측도 있다. 이처럼 공표하지 않고 당국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복면개입'으로 부른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13일 약 1조엔 규모의 엔화 매입 개입을 실시했다는 추측이다. 이날 일본은행의 당좌예금 변동에 근거한 관측이다.
18일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재무상은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이날 오전 또 다시 최저치를 경신한 데 대해 "투기에 의한 과도한 변동은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할 경우) 적절한 대응을 취한다는 기존 생각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당국이 '복면개입'을 했다는 관측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는 "굳이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만일 13일 추가 시장개입을 실시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제는 개입도 엔화 약세를 막는 효과가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1조엔 규모의 개입이라면 3조엔이 되지 않는 규모로 5엔 정도 엔화 강세 방향으로 돌린 지난 (9월22일) 개입에 비해, 명확하게 효과가 희미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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