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진압 완료에도 서비스 복구 시점 몰라…7시간 넘게 먹통
카카오 대응 지적에 "데이터센터 이원화 즉각 조치…이례적 상황" 해명
IT전문가들 "실시간 백업도, 재난대응 메뉴얼도 몽땅 부실"
부가통신사업자 책임 강화 필요성 제기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카카오 서비스들이 전국민이 다 쓰는 서비스인데 데이터센터 한곳 불났다고 이렇게 몇시간 동안 멈출 수가 있나요? 화재로 서버가 불탔다면 아예 서비스를 닫았겠네요."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주요 서비스 '먹통'이 7시간 가까이 이어지면서 이용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서버가 입주해있던 SK C&C 데이터센터 화재가 근본적인 원인이 된 건 맞지만, 그렇다고 고작 건물 전기실 화재사고 하나로 수천만명이 쓰는 카카오톡, 카카오T(카카오택시, 카카오대리), 카카오페이 등 대중 서비스가 수시간째 가동 중단되고 있다는 게 쉽게 납득할 수 없다고 IT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통상 금융이나 카카오톡 같은 주요 대규모 서비스는 여러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분산하고, 만약을 대비해 한곳이 지진 혹은 테러 등의 사고를 당했어도 다른 곳에서 실시간 백업이 가능하도록 이중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카카오의 실시간 백업체계로, 재난 장애 메뉴얼도 모두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후 3시30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 대다수 서비스와 네이버 일부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화재 진압은 2시간 만에 완료됐지만 카카오 서비스들은 7시간 넘게 복구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현재 소방 당국의 신속한 조치로 화재 진압은 완료됐다"며"안전상의 우려로 인해 즉시 전원을 공급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SK C&C, 소방당국과 함께 현장에서 배선 점검 중이며, 점검 결과 문제가 없을 경우 순차적으로 전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날 전국민 메신저 앱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T, 카카오게임즈, 멜론, 포털 사이트 '다음' 등 대다수 서비스가 7시간 넘게 먹통이 되면서 전국에서 불편이 속출하고 있다. 식당, 카페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과 택시 기사들은 주말 장사에 차질은 빚는 피해를 입었다.
카카오는 화재 사고 발생 후 즉각 데이터센터 이원화 조치를 즉각 취했으며, 이번 서비스 장애가 이례적이라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사과문을 내고 서비스 장애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다"며"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과 같이 데이터센터 한 곳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해당 조치를 적용하는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IT전문가들은 이같은 카카오의 해명이 납득할 수 없는 논리라고 말한다. 이원화 시스템의 취지 자체가 지진, 화재, 테러 등으로 특정 데이터센터가 멈췄을 경우를 가정해,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데이터 서버를 분산하고 실시간 백업체계를 갖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애초 이원화 시스템이 부실했거나 재난 대응 메뉴얼도 제대로 갖췄는 지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한곳이 화재가 났다고 카카오톡과 카카오T(카카오택시, 대리), 카카오페이 등 수천만명이 사용하는 대국민 서비스가 7시간 가까이 멈춰 있고, 전원이 들어와야만 서비스가 정상화된다는 게 이해될 해명이냐"며 "서비스 실시간 백업 시스템이 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날 함께 피해를 입은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 쇼핑, 스마트스토어 등 일부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지만 데이터센터 이원화를 통해 대부분 정상 가동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서비스간 이중화, 구축, 관리 등으로 서비스 중단은 없었다"며"일부 기능에 오류가 있었던 것들은 빠르게 복구 중이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자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유무에 따른 차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강원도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보유한 네이버는 서비스 장애 규모가 적었고 복구도 빨랐다.
반면 카카오는 아직 자체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가 없다. 내년 한양대 에리카 안산 캠퍼스에 첫 데이터센터를 준공할 예정이다. 서울대 시흥캠퍼스에도 자체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부가통신사업자가 서비스 장애에 대해 보다 책임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통신사 외에도 네이버, 카카오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를 부과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에도 서비스 장애 발생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서비스 안정성 확보 계획 수립 및 주요 서비스 장애에 대한 명확한 보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찬대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부가통신사업자의 통신서비스 중단 현황’에 따르면 2020년 9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가 부과된 부가통신사업자(구글, 메타,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의 서비스 장애가 5년간 66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태는 KT 아현지사 건물 화재 피해를 방불케 한다"며"전국민이 쓰는 서비스인 만큼 부가통신사업자도 안정성이나 품질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책임 소재는 따져봐야겠지만 서비스 제공자인 카카오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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