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콘서트 앞두고 부산 지지
콘서트 여는 도시마다 문화 생태계 만드는 서사가 엑스포와 유사
부산광역시 바다를 보면, 글로벌 수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미니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 허'(2017) 수록곡 '바다'가 떠오른다.
"결국 신기룬 잡히고 현실이 됐고 / 두렵던 사막은 우리의 피 땀 눈물로 채워 바다가 됐어 / 근데 이 행복들 사이에 이 두려움들은 뭘까" 같은 노랫말에서 풍기는 청춘의 아련함과 거기서 비롯되는 뭉근한 위로는 팬덤 '아미'가 공통적으로 느끼고 서로 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래서 한국 제2의 도시지만 해외 아미에겐 다소 낯설 수 있는 이 부산 앞바다도 그들에겐 한없이 친숙하다.
남인수 '이별의 부산정거장', 현인 '굳세어라 금순아', 박재홍 '경상도 아가씨', 손인호 '해운대 엘레지', 조용필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부산을 배경으로 삼은 대중가요가 꽤 많은데 방탄소년단의 '바다'가 부산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충분히 부산 노래의 뉘앙스를 풍길 수 있는 이유다.
특히 부산은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정국이 태어난 곳이자 멤버들이 "제2의 고향"(RM)으로 여기는 곳이다. 지난 2019년 6월 부산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팬미팅 'BTS 5TH 머스터 매직 숍(MUSTER MAGIC SHOP)'을 열기도 했다.
15일 오후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만난 스웨덴 아미 나르딘(Nardin·22) 씨는 부산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를 방문한 그녀는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다 보니, 한국에 대해 공부하게 됐고 부산도 큰 도시라 알게 됐다"고 했다.
나르딘은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다른 그룹들과는 달라서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그들이 주는 메시지에 울림이 있고 노랫말에 공감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나르딘이 보는 전 세계 아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하던 나르딘은 "부산에서 다른 아미들을 보고 다시 느낀 건데 정말 각자 특징이 다르다"면서 "방탄소년단이 그 다른 아미들을 (바다처럼) 모두 품는다"고 했다.
이름은 밝히지 않고 지민과 진의 팬이라는 일본 두 아미 역시 "아미들은 다 다르지만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마음은 다 같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TV에서 나오는 방탄소년단을 보고 이 그룹에게 빠져들었다는 두 아미 역시 "노랫말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는 부산과 우리나라에 수십조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오고, 그 규모가 단일 이벤트로는 월드컵보다 크다. 대중음악의 기반이 된 축음기나 TV 등이 인류사회에 처음 선보인 곳도 세계박람회다. 현대 문명을 구성하는 발명품과 신기술들이 총망라되는 자리인 만큼 이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가 우리나라에 중요한 이유다. 다만 이번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경쟁에 있어 우리나라는 '언더독'으로 통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소속사 하이브(HYBE)는 우리나라를 위한 주요 행사에 참여해 기여할 수 있는 건 중요한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에서 인정 받을 수 있었던 건 국내외 소수자들의 연대가 바탕이 됐다.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 황금기에서 작품성 없는 음악 취급을 받았을 때도, 처음 해외에서 주목을 받을 때도 소수 마니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로 삼았다.
특히 K팝은 해외에서 다양한 인종이 뭉친 팬덤의 연대 게릴라 활동을 통해 퍼져나갔고, 이제 주류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음악이 됐다. 그 절대적인 본보기가 바로 방탄소년단이다. 영향력이 커진 이후 방탄소년단이 콘서트를 여는 곳마다 새로운 문화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이번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경쟁 서사와 맞물리는 지점이 있다. 방탄소년단이 초심을 잃지 않은 동시에 거대한 책임감을 갖고 이번 대형 콘서트에 임하는 이유다.
이번 콘서트를 전후로 하이브가 펼치고 있는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의 일환인 전시 '2022 BTS 엑스비션 : 프루프(EXHIBITION : Proof)', 5개 호텔의 테마 패키지,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 테마파크 등에서 다양한 모습의 아미들이 함께 덩굴처럼 어우러지며 생명력을 만들어냈다. 그건 새로운 문화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엑스포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RM은 전날 리허설을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록페(록페스티벌)나 DJ 페스티벌의 느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손 들고 따라부르며 그저 행복하게 축제처럼 즐겨주시면 감개무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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