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준다' 광고에 혹해 대포폰 개통해 넘겼다가
기계값·통신비에 소액결제까지 폭탄 요금 청구서
추가 범죄 이용되는 대포폰 개통으로 형사처벌도
경찰청, 알뜰통신사업자협회와 피해 예방 홍보
[서울=뉴시스] 위용성 기자 = #. 경북 경주에 사는 A씨는 급전이 필요하던 차에 "휴대전화를 개통해 주면 요금과 기계값을 대신 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A씨는 현금 100만원을 받는 대가로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 4대를 개통해 범인에게 넘겨줬다. 하지만 범인은 총 756만원 상당의 기기대금을 지불하지 않았고, 110만원어치 휴대전화 소액결제까지 했다. 이렇게 A씨는 총 866만원의 사기 피해를 입고 대포폰 개통으로 형사처벌까지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급전이 필요해 휴대전화와 유심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고 현금을 받는 속칭 '휴대전화 깡'에 나섰다가, 사기를 당하고 대포폰 개통으로 형사처벌까지 받는 '내구제 대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5분 안에 필요한 현금 내 손에', '휴대전화 개통 당일 지급'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광고에 혹해 무심코 대포폰을 넘겨줬다가 불법사금융·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추가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도 나온다.
경찰청은 13일 "급전이 필요해 휴대전화·유심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게 되면 받은 돈의 수 배에서 수십 배 이상의 빚을 떠안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범죄를 도와주게 되며, 결국 형사처벌까지도 받는 삼중고를 겪을 수 있다"며 내구제 대출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나를 구제하는 대출'의 줄임말로 쓰이는 '내구제 대출'은 이처럼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 금융권에서 대출이 안 되는 서민들을 끌어들여 휴대전화 대포폰을 매개로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대포유심을 포함한 대포폰 적발 건수가 2만7176대에 달한다. 연간 5만5141대가 적발됐던 지난해와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과거 2018년(9343대), 2019년(1만9080대), 2020년(8923대) 등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돈을 먼저 내고 개통한 유심을 휴대전화에 끼워 사용하는 선불유심이 대포폰을 손쉽게 개통할 수 있어 주로 악용된다.
이 경우 신분증이나 공인인증서, 가입신청서 등을 SNS로 범인에게 전달해 비대면으로 유심을 개통할 수 있는데, 개인정보가 함께 전달되면서 이를 도용하는 다른 범죄에 휘말릴 수도 있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전기통신사업법위반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셈이다.
경찰청은 대포폰을 이용한 내구제 대출 피해가 대부분 알뜰통신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8~10월 사이 적발된 대포폰 총 2만739건 가운데 알뜰통신사에서 개통된 기기가 1만4530건으로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경찰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올 하반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와 함께 각 통신사 홈페이지를 통한 내구제 대출 위험성 홍보 활동과 대리점 직원을 대상으로 한 피해예방 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각종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해 대포폰 등 불법 사금융 범행수단에 대한 단속을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내구제 대출은 서민과 소상공인을 울리는 대표적인 불법 사금융"이라며 "앞으로도 내구제 대출을 포함한 각종 불법 사금융을 뿌리 뽑을 때까지 예방과 수사 및 범죄수익 환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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