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 기업가치 3000억대로 '뚝'…몸값 낮춰도 투자 난항

기사등록 2022/10/12 10:30:00 최종수정 2022/10/12 10:48:42

몸값 8000억→3000억으로 하향 조정했지만 시장 '싸늘'

현금성 자산 바닥나 배우 김혜수 모델 광고도 일체 중단

(사진=발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명품 플랫폼 발란이 몸값을 기존 8000억원에서 3000억원대 수준으로 낮춰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꼼수 할인' '가품판매' 등 각종 논란으로 이용자 이탈 현상이 심화된 상황에서 금리인상으로 투자 시장마저 급속도로 얼어붙으며 투자 유치에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란이 이처럼 밸류에이션을 대폭 낮췄음에도 여전히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기업가치를 3000억원 수준으로 조정하고 5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당초 발란은 이번 투자 유치로 1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투자 유치 규모도 목표 금액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만약 이마저도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투자 유치 규모는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란이 몸값을 대폭 낮춰 투자 시장에 나왔음에도 크게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몇몇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이 투자 약속을 했다가 막판에 철회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어 아직도 시리즈C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발란은 1년 가까이 투자 유치가 수 차례 불발되면서 현금성 자산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자금난이 심각해지자, 발란은 배우 김혜수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펼쳐온 광고 활동도 모두 올스톱하고 비용 감축에 나선 상황이다.

발란은 지난해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광고비로만 190억원을 쏟아 부었다. 이에 따른 영업적자는 185억원에 달했고 작년말 기준으로 남아 있는 현금성 자산은 212억원에 그친다.

발란 관계자는 "당초 7월말에 끝냈어야 하는 투자유치가 투자 시장 위축으로 계속 지연됐다"며 "기업가치를 낮춰 투자 유치를 시도하고 있으나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당초 발란은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끝낸 뒤 후속으로 '기업공개(IPO)' 에도 나설 계획이었다. 

시리즈C 투자는 상장 직전의 사실상 마지막 투자 단계로 스타트업 수익 모델을 충분히 인정 받아 수백 억원을 유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발란은 지난 4월 '네고왕' 사태를 시작으로 연이은 악재에 부딪히며 위기를 맞았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지난 4월  유튜브 채널 '네고왕' 방송에 출연해 17%라는 파격적인 할인을 약속했다. 하지만 방송 후 할인 쿠폰을 제공하기 직전에 제품 가격을 대폭 올려, 사실상 할인 효과는 없고 제품만 팔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객들은 이 같은 발란 측 행태에 강하게 반발했고, 과도한 반품비마저 도마에 오르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졌다.

올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 대표는 관련 질의에 "고객에게 불편을 드린점은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방송 이후 프로모션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판매자 가격 인상이 있었고, 대처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3월에는 해킹으로 인한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도 벌어졌고, 설상가상으로 '가품' 판매 사실까지 적발되며 이용자 이탈 현상은 가속화 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발란의 6월 순이용자는 약 60만명으로 전달 대비 약 12만명 감소했다. 4월과 비교하면 약 22만명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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