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현실화, 지자체 신용도 위기
道 감사위, 최문순 도정 감사 착수
금융, 지자체 보증 사업 전수 점검
[강원=뉴시스]김태겸 기자 = 강원도가 지급보증한 레고랜드 테마파크 대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결국 부도처리되면서 지방자치단체 보증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투자(증권)업계에 따르면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 조성사업을 추진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필요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가 부도 처리됐다. 강원도는 GJC의 최대 주주로서 지분 44%를 보유하고 있다.
강원도는 최문순 전 지사 시절 춘천 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기반 공사를 맡은 강원중도개발(GJC)이 2050억 원 규모의 PF를 진행할 때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그 덕에 PF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는 기업어음 최고 등급인 ‘A1’ 등급을 받았고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ABCP를 발행했다.
그러나 ABCP 만기일인 지난 9월 29일에 GJC가 상환하지 못하자 강원도는 채무 인수를 이행하는 대신 GJC를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는 극단적인 결정을 했고, 결과적으로 아이원제일차는 최종 부도 처리됐다.
그러자 금융가는 지자체가 파산할 가능성은 극히 드문 만큼 지자체 보증을 믿고 대출해주고 신용등급도 우량등급을 부여했는데 강원도가 지급을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자 지자체 보증도 믿을 게 못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법정 관리인이 공사의 자산을 잘 매각하면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회생 절차가 시작되면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실제 그 여파가 채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금 시장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금융가 전반이 신용평가사 등을 통해 그동안 가장 안전하다고 믿던 지자체 보증 사업에 대해 전면 재점검 지시를 했다고 알려졌다.
이 가운데 레고랜드 채권단은 이미 소송 등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단 총회를 열 계획이라고 '아이원제일차'의 ABCP 발행 주관사 BKM 측을 통해 밝혔다.
◆레고랜드 둘러싼 잡음 끊이지 않아
레고랜드는 1968년 덴마크 빌룬드에서 최초의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선보인 뒤 영국, 독일, 미국,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선 2010년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추진하다 불발된 후 최문순 전 지사가 2011년 이어받아 재추진한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 비리와 지연, 총괄개발협약(MDA)상 임대수익 축소 등 주요 내용 누락 등의 논란으로 이미 3차례나 도민에게 사과한 바 있다.
또 놀이기구 멈춤사고, 과도한 주차비 문제, 불공정 약관, 세금 투입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기반 공사 계약 해지 건으로 건설사와 소송전을 벌인 것 외에도 '레고랜드 중단촉구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최문순 전 지사를 비롯해 강원도청 간부 4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강원도감사위, 레고랜드 조성 과정 진상조사 나서
한편 강원도감사위는 지난달 '춘천 하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 등 최 전 지사 강원도정에 대한 특정감사에 착수했다.
또 강원도의회는 '재정효율화특별위원회(재정특위)'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켜 11년간 추진한 레고랜드 조성 과정의 불공정 계약 등 진상조사에 나섰다.
김진태 강원도정 출범 후 첫 '특정감사'다.
감사위원회가 특정사안이 아닌 전방위적 감사를 벌이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테마파크 시공사 변경 과정에서 추가 발생한 위약금 28억 원에 대한 지불 배경 등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 금융가, 지자체 보증사업 신용도 하락 등 점검 불가피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도는 대한민국의 정부조직 관련 법령상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아왔다. 그렇기에 11년간의 긴 우여곡절 속에서도 논란의 레고랜드 사업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레고랜드가 최악의 '혈세 낭비 의혹' 사업으로 전락하면서,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가장 안전하다던 지자체 채무인수(보증) 사업이 전면 전수 점검 등에 들어가는 등 향후 지자체 보증 사업장에 신용도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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