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0.81명…세계 꼴찌 수준
늦거나 안하는 결혼, 女경력 단절 등
사망자는 급증…2070년 70만 명 예상
380조 투입에도 2020년 첫 인구감소
'인구절벽' 이미 시작…생산인구 급감
2060년엔 성장률 0.5%까지 하락 전망
[세종=뉴시스]옥성구 기자 = '인구절벽'이 시작됐다. 한국은 지난 2020년 국내 총인구가 정점을 찍은 후 자연 감소하는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당초 예상보다 8년이나 빠른 속도다. 이런 추세라면 50년 후 한국 인구는 약 3800만 명까지 줄어든다.
백발의 노인은 느는데 아이 울음소리는 듣기 어렵다. 일할 사람은 점점 줄어들면서 노인 부양비는 급증하고 일부 지방 도시들은 소멸위기에 놓이는 등 2030년이면 한국 사회 전반에 충격을 불러오는 '인구지진'에 직면할 전망이다.
11일 통계청의 '2021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2020년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1800명(4.3%) 줄었다. 이는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신생아들의 울음소리는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출생아 수는 2016년까지 40만 명대를 유지했지만 2017년 30만 명대로 감소했고 2020년 처음으로 20만 명대로 쪼그라들었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20년 0.81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인구 규모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에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한국밖에 없다. 세계로 넓혔을 경우 홍콩(0.75명)을 제외하면 한국이 236개국 중에 사실상 꼴찌 수준이다.
저출산의 인구학적 배경으로는 결혼하는 평균 나이가 많아지며 출산하는 연령도 상승한 점이 꼽힌다. 결혼하는 사람 자체가 줄어든 것도 저출산의 원인이다. 올해 상반기 혼인 건수는 4만5533건으로 1997년 이후 가장 적었다.
사회·경제적 배경으로는 여성의 경력 단절 우려, 장시간 근로 문화, 보육·유아교육 시설의 영향 등이 저출산 원인으로 분석된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사망자 수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31만7800명으로 전년보다 1만2800명(4.2%) 늘었다. 이는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사망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통계청은 한국의 사망자 수가 2030년 40만 명을 넘어서고, 2070년에는 70만 명으로 2020년에 비해 2.3배가량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노인들이 점점 많아지는 한국에서 사망자 수 증가는 불가피한 추세다. 한국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구성비는 올해 17.5%에서 2070년 46.4%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인구 중 고령인구 구성비는 2070년 20.1%로 관측된다.
늙어가는 한국은 2025년이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 기간이 오스트리아 53년, 영국 50년, 미국 15년, 일본 10년인데 비해 한국은 7년에 불과할 전망이다.
아이들은 점차 사라지는 데 고령화에 따라 죽음을 맞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데드 크로스'(Dead Cross)는 지난 2020년 처음 발생했다.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15년간 저출산 극복을 위해 약 380조원이라는 역대급 재정을 쏟아 부었음에도 인구 감소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한국 총인구의 내리막이 시작되며 인구절벽이 본격화했다. 인구절벽은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제시한 개념으로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을 통해 지난해 총인구가 5175만 명으로 전년보다 9만 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한국 인구가 2020년 518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 추세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당초 통계청은 총인구 감소 시점을 2029년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한국의 인구절벽 시계는 8년 더 빨라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잠시 입국했던 내국인들이 다시 나가고, 외국인 인구는 계속 줄어든 원인이다.
인구절벽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통계청은 향후 10년간 인구가 연평균 6만 명 내외로 줄어들어 2030년 512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고, 2070년에는 3766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총인구 감소 속에 일할 사람은 더 빠르게 사라진다. 한국 인구 중 경제 중추인 생산연령인구 구성비는 올해 71.0%에서 2070년 46.1%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2070년에는 전체 인구 2명 중에 일할 사람이 1명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인구절벽을 넘어 2030년에는 '인구지진'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인구지진은 영국의 인구학자 폴 월리스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자연 재앙인 지진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파괴력이 훨씬 크다는 의미다.
인구지진이 도래하면 노인 부양비가 급증하고 일부 지방 도시들은 소멸되는 등 한국 사회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급격한 인구 감소는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끼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OECD 38개국의 '1960~2019년 노동생산성'을 분석한 결과, 고령화에 따라 핵심 노동인구 비중이 1%포인트(p) 줄어들면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38%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인구가 줄면 노인 부양비는 증가하는 반면 소비는 위축돼 경제성장이 저하되고 이는 고용침체를 부른다. 결국 소득이 줄면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메커니즘이다.
기획재정부는 '2020~2060년 장기 재정 전망'을 통해 이같은 인구 감소 추세면 2060년 한국의 실질 성장률은 0.5% 수준으로 대폭 하락하는 반면, 같은 기간 국가 채무 비율은 81.1%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