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도식 APEC기후센터 원장 "초격차 기후예측 기술개발한다"

기사등록 2022/10/06 14:42:47 최종수정 2022/10/06 15:57:43

"APEC 기후센터는 전 세계 장기 기후 예측에 특화"

"폭염·열대야로 인한 시민 건강 피해 대책 필요"

[부산=뉴시스] 이동민 기자 = 신도식 APEC 기후센터 원장이 5일 오후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05. eastsky@newsis.com


[부산=뉴시스]이동민 기자 =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후 예측 정보를 생산할 능력을 갖췄습니다. 저희는 여기서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초격차 기술을 개발해 좀 더 정확한 기후예측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0여년 간 날씨를 연구해 온 신도식 APEC 기후센터 원장은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센터 원장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며 "우리나라는 스스로 기후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몇 안 되는 국가"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지난 3월 제5대 APEC 기후센터의 수장이 된 신 원장은 1988년 기상청에서 근무를 시작해 예보국장, 기후과학국장, 기획조정관 등을 거쳐 2020년 부산기상청장, 지난해 수도권기상청장을 역임하는 등 기상·기후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친 '날씨 전문가'다.

기후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방안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신 원장은 "해안가에 빌딩이 무수하게 들어서면 내륙으로 들어가야 할 해풍이 막혀 시민들이 여름마다 폭염에 시달릴 수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기후위기에 큰 피해를 입는 저소득층이나 폭염 민감계층을 위한 도시설계가 앞으로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시대 부산의 가장 큰 취약점도 짚었다.

 "해안도시 특성상 해풍의 영향으로 습도가 높아져 폭염과 열대야로 인한 건강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체감도 높은 폭염 정보를 제공해 저소득층과 폭염 민감계층을 잘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뉴시스] 이동민 기자 = 신도식 APEC 기후센터 원장. 2022.10.05. eastsky@newsis.com

다음은 신 원장과의 일문일답.
 
-부임 6개월이 지났다. 소감은.

"지난 3월14일 부임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직원들에게 세계 최고의 기후예측 전문 연구기관으로 도약하자는 비전을 내세웠다. 소통을 통해 활기찬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센터의 여러 가지 발전 방향에 대해서 서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가지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센터를 대외적으로 많이 알리고자 지난달에는 국회와 공동으로 기후위기와 식량안보를 주제로 토론회도 개최했다. 이러한 소통 활동이 많이 이뤄진다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APEC 기후센터가 될 수 있을 거라 자부한다."

- APEC 기후센터의 역할을 좀 더 설명해 달라.

"APEC 기후센터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회원국의 동의와 함께 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2005년 11월에 설립한 아태지역 기후관련 공식 협력기구이다. 우리나라의 기상 관련 대표 기관으로 시민들은 보통 기상청을 많이 떠올리곤 한다. 기상청이 단·중기 예보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장기 기후예측에 초점을 둔다. 여기에 아·태지역의 이상기후를 감시하고 최적의 기후에측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기관 역할도 한다. 기후로 인한 우리나라와 아·태지역 국가의 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 센터의 존재 이유다."

-우리나라의 장기 기후예측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어느 수준인가.

"기후예측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치모델(기후예측모델)과 고도화된 기후예측 기술과 시스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장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기후예측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가 몇 안 된다.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상청과 우리 센터가 함께 '장기예보선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선도센터에서 제공되는 예측자료는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장기예보관과 정책결정자들이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장기 기후예측 분야에서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은.

"우리 센터는 전세계 11개국 15개 기관의 기후예측정보를 수집해 다중모델앙상블(MME; Multi-Model Ensemble) 기법을 활용한 분석을 거쳐 정보를 생산해 제공하고 있다. 기후예측에 능통한 나라들로부터 많은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재가공을 거치다 보니 더 정확한 정보가 나올 수밖에 없다."
[부산=뉴시스] (왼쪽부터) 6개월 동아시아 계절예측 전망, 전지구 계절예측 전망 (2022년 10월~2023년 3월) 자세한 자료는 APEC 기후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표=APEC 기후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후위기 시대 속 부산이 가진 가장 큰 취약점은.

"해안도시인 특성상 해풍의 영향으로 도심의 습도가 높아지면서 폭염과 열대야로 인한 시민들의 건강 피해가 가장 우려된다. 여기에 해안가 곳곳에 건물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니 시원한 바람길은 막힌다. 하지만 부산의 경우 도심 속에 공원과 녹지공간은 충분치 않다. 도시가 갈수록 더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폭염으로 인해 저소득층과 폭염민감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위험은 없는가.

"우리나라 남해안 해수면 상승폭은 연간 약 3.05㎜로 동·서해안의 수치(2.97㎜)를 상회하고 있다. 해양조사원에서도 남한에서의 침수 면적 중 부산이 차지하는 면적이 그만큼 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폭염, 호우 등의 이상기후를 예측해 신뢰성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미리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홍수·침수를 막는 사회기반시설의 구축과 기존 시설의 점검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장기 기후예측에 관한 필요성은 앞으로도 부각될 것이다. 우리 센터가 앞으로도 장기기후예측 분야에서 선도하고자 한다면 초격차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센터가 앞으로 관련 예산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이를 뒷받침할 근거법을 국회에 발의해 둔 상태다. 이와 함께 전 지구 이상기후 경보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대형 신규사업을 추진해 국가의 기후예측 서비스 경쟁력을 한층 높이겠다. 앞으로도 기후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을 우리 국민과 더 가까이 소통하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당부 한마디.

"2020년 세계위험보고서는 전 세계가 대응해야 할 위험 중 가장 발생확률이 높은 것은 '극한 기상현상'이며, 전 세계에서 파괴력이 가장 큰 위험은 '기후행동 실패' 라고 지목한 바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국내 산업계의 탄소배출 저감 노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 시민들은 풍요와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삶에서 벗어나 탄소배출을 줄이고 자연과 공존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astsk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