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업계 때린 '저작권법 날벼락'…"적자 나도 보상까지 하라고?"

기사등록 2022/09/29 15:30:30 최종수정 2022/09/29 16:00:43

여야, '저작권법 개정안' 발의…"영상물 수익 비례해 저작자 보상 보장"

난색 표한 OTT 업계…이중보상 지급·계약 자유 원칙 침해 등 문제많아

OTT 콘텐츠 제작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보상문제 시장에 맡겨야"

[서울=뉴시스] 오징어게임 (사진=넷플릭스)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넷플릭스의 역대급 흥행작 '오징어 게임'에서 시작된 저작권 불씨가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번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전세계적 흥행에도 감독·작가 등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했으니, 향후 OTT 등이 저작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면서다. OTT 업계는 "위험 부담을 지고 투자를 해 손해를 보더라도 저작자에게까지 보상을 해주란 건가"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야 모두 '저작권법 개정안' 발의…"OTT·방송사 등이 저작자 수익 보상 보장해야"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여야 양측에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어 있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19일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두 법안의 세부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감독·작가 등 영상물 저작자가 방송사·극장·OTT 등 영상물을 최종적으로 제공하는 자(영상저작물최종제공자)에게 수익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유정주 의원의 대표발의안은 제안이유에 대해 "유럽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과 같이 세계적인 흥행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특약이 없을 시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며 "영상제작사 등에 비해 저작자의 협상력이나 정보가 부족함을 고려하였을 때 우리나라 역시 영상저작물 저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 법안에는 영상물 저작자가 콘텐츠공급자(CP) 등과 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이 CP가 OTT 등과 영상물 판매 계약을 맺은 경우에도 저작자가 OTT에 별도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까지 담겼다.

◆오징어게임, '1조' 수익에도 넷플만 웃었다?…OTT업계 "저작자 의무 보상은 부당한 이중지급 야기"

저작자의 수익 보장 문제는 지난해 9월 공개된 이후 전세계를 휩쓴 '오징어게임'에서부터 본격 촉발됐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8부작에 약 200억~25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하고, 1조원이 넘는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 제작사 측에 안정적인 제작비를 지원하는 대신 저작권을 독점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한다. 이에 오징어게임의 역대급 흥행에도 제작진 등에게는 수익에 따른 보상이 아니라 넷플릭스 측이 '감사'의 의미로 지급한 보너스 금액 등만이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OTT 업계는 저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법안 자체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CP 등에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는데 저작자에게까지 보상을 의무적으로 줘야 한다면 부당한 이중지급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OTT에 콘텐츠가 유통되는 경로는 저작자-OTT 간 직접 계약이 아니라, 저작자-CP가 계약을 맺고 다시 CP-OTT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CP가 저작권에 대한 권리처리를 담보하고, OTT는 원저작자가 아닌 CP에 수익을 배분하고 콘텐츠를 제공받는 셈이다. 이후 CP가 다시 저작자 측에 수익을 배분하게 된다.

특히 최근 제작비 및 저작권료가 상승 추세에 있어 OTT가 수급비용 대비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고, 방송사도 제작투자비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내는 경우가 잦은데 저작자에 대한 추가 보상권까지 확대될 경우 산업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정 저작권법, OTT-CP 간 정당한 계약 부정할 수도…"시장 기능에 맡기는 게 바람직"

한편에서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사적 자치에 의한 계약 자유의 원칙 자체를 침해한다고 지적한다. 개정안 내용에 따르면 CP와 OTT 등이 정당한 영상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추후 저작자의 주장에 의해 콘텐츠 제공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계약 효력이 부정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저작권법상 저작재작권은 양도나 포기가 가능한데도 개정안이 이를 부정하고 있고, 저작재산권의 일부에 해당하는 보상청구권을 별도로 허용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주장도 있다.

또 OTT 업계는 개정안 발의의 주요 근거 중 하나인 '저작자의 불리한 협상력' 또한 현행 법체계에서 보호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민법 104조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뉴시스]넷플릭스 로고. 2017.07.17.
넷플릭스가 선도한 제작비 완전 지원·저작권 독점이라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형태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에 가깝다. 성과 기반 계약 형태가 아니다 보니 오징어 게임처럼 '대박'을 터뜨릴 경우에는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흥행에 실패할 경우에는 제작비 지원을 도맡은 넷플릭스 측이 손해까지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경우에도 무수한 흥행 실패라는 쓴맛을 본 바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흥행이 실패하더라도 막대한 자본력으로 이를 메꾸는 것이 가능하다. 결국 넷플릭스보다 자본력이 떨어지는 OTT의 입장에서는 "수익을 봤다고 저작자 보상을 보장해줘야 한다면 흥행 실패 시 그 손해까지 같이 져주는 건가"라는 토로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가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제작 단계 협의에서 충분한 보상 수준을 결정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불공정 계약 발생 시엔 현행 민법에 근거 분쟁을 해소해야 한다"며 "오징어 게임 사례와 같이 저작물 수익이 거대해지면서 저작자들의 수익과 괴리가 발생하고 있으나, 예상 수익규모가 커진 만큼 저작물 양도 대가 규모 역시 과거와 달리 커지고 있으므로 시장 기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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