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투성 징집에 러 탈출 가속…"동원령 후 EU 입국 30% 증가"(종합)

기사등록 2022/09/28 12:47:48 최종수정 2022/09/28 14:20:43

조지아 국경에 별도 징집 사무소 개설…통지서 현장 발부키로

일주일 새 EU회원국에 6만6000명 유입…전주 대비 30% 증가

노인·환자·장애인까지 징집…실명, 뇌질환 환자에 통보서 배달도

[조지아=AP/뉴시스] 27일(현지시간)조지아 국경을 넘은 러시아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한 뒤 국외로 탈출하는 러시아인들이 늘고 있다. 2022.09.28.
[서울=뉴시스]김태규 유자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에 적잖은 오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강제 징집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를 떠나는 탈출 행렬도 계속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국경수비 업무를 담당하는 프론텍스(Frontex)는 "지난 한 주 동안 약 6만6000명의 러시아인이 EU 국가로 들어왔다"며 “이는 그 전 주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프론텍스는 "러시아인 대부분은 EU 회원국인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통해 입국했다”면서 "지난 나흘(24~27일) 동안에만 3만 명의 러시아인이 핀란드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국경을 통과한 러시아인들은 대체로 EU 회원국 내 영주권을 갖고 있거나 솅겐 비자(EU 내 자유통행 허용 비자)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프론텍스는 설명했다.

탈출 행렬은 핀란드·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국가들에서 동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핀란드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와 1300㎞ 가량 국경을 맞대고 있다. 동원령을 거부한 러시아인의 탈출 관문으로 꼽히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러시아와의 국경인 발리마(Vaalimaa) 검문소를 통한 유입 행렬이 계속되면서 주말 사이 국경을 통과한 러시아인의 수는 1만7000명이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동원령 선포 이후 일주일 사이 카자흐스탄의 국경을 넘은 러시아인이 약 1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첼랴빈스크 마린스키 국경에서 러시아인들이 카자흐스탄으로 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한 뒤 국외로 탈출하는 러시아인들이 늘고 있다. 2022.09.28.
이런 가운데 러시아 당국은 주요 탈출 관문으로 꼽히는 조지아 국경에 별도의 징집 사무실 개소 방침을 밝혔다.

조지아 검문소에는 러시아 탈출 차량이 16㎞ 가량 늘어설 정도로 탈출의 주요 루트로 꼽히고 있다.

러시아 연방군이 부분 동원령을 피해 탈출 차량 행렬이 늘어서 있는 조지아 국경에 별도의 징집 사무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리아 노보스티 등 러시아 언론들은 보도했다.

러시아 서남부 북오세티야공화국 내무부는 조지아 접경 지역의 베르크니 라스(Verknii Lars) 검문소에 러시아에서 파견한 동원 업무 담당자와 자국이 지원한 행정업무 관계자 등 60여명의 인력이 파견돼 있다고 밝혔다.

리아 노보스티에 따르면 검문소에 설치될 징집 사무소 근무 인력들은 조지아 국경을 넘으려는 러시아인들을 조사해 징집 기준에 해당할 경우 입영 통지서를 현장에서 발부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러시아 당국은 이미 징집 협조를 위해 북오세티야공화국 측에 동원 기준과 징집 대상자 명단을 송부했다.

세르게이 메냐일로 북오세티야 자치공화국 수반은 "비단 북오세티야에 해당하는 사람 뿐아니라 러시아 전역에 등록된 동원 대상자들도 징집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빌리시=AP/뉴시스] 막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27일(현지시간) 러시아-조지아 국경의 어퍼 라스 검문소 주변에 국경을 넘으려는 러시아 사람들과 차량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발표 후 러시아를 탈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22.09.28.
이러한 탈출 행렬은 당초 밝힌 동원 기준과 달리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는 징집에 대한 불안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가 동원령을 발령한 이후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은 노인과 환자, 장애인까지도 징집에 나서고 있다고 러시아 독립언론을 인용해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지방 관료들이 중앙정부에서 내려온 징집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이행을 서두르면서 피부암에 걸려 한쪽 눈이 실명된 59세 남성, 당뇨병과 뇌 질환을 동시에 겪고 있는 63세 남성에게까지 입영 소집 통보서가 전달되기도 했다고 러시아투데이(RT)는 보도했다.

이처럼 당초 밝힌 기준과 달리 동원령 집행 과정에서 노인과 환자, 장애인 등 군 복무에 부적합한 사람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징집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러시아는 이례적으로 징병 과정에서 실수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이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군 복무 경험이 없는 이들까지도 징병 통지서를 받은 사례 등에 관해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며 "일부 지역에서 실수를 바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전쟁연구소(ISW)는 "크렘린이 동원 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을 뒤늦게 광범위한 실수였다고 인정하고, 문제가 발생한 해당 지역을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공황 상태에 빠진 국민들을 달래기 위한 메시지이지만,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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