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동맹? ARM '적과의 동침' 가능성은

기사등록 2022/09/22 11:30:50

삼성전자, SK하이닉스·퀄컴·인텔 등 관계사와 컨소시엄 가능성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북중미·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9.21.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인 ARM(암) 인수 가능성을 밝히며 반도체 업계를 뒤흔들 대형 M&A(인수합병)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인수 방식을 놓고 삼성전자 '단독 인수'가 아니라 여러 업체들이 함께 연합군을 형성해 인수하는 '공동 인수'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이재용 부회장은 21일 해외 출장 귀국길에서 기자들에게 ARM 인수와 관련 "내주나 다음 달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서울로 오면 그런 제안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ARM은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지분 75%를, 세계 최대 기술 펀드인 '비전펀드'가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비전펀드 역시 손 회장이 이끄는 점을 감안하면 ARM 매각은 사실상 손 회장 의사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손 회장과 회동한다는 것은 이미 M&A 협의가 상당 부분 진전됐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주요 기업의 M&A는 반드시 이해 당사국의 반독점 심사를 받아야 해 ARM 인수의 가장 큰 난관은 규제당국의 '반독점 심사'로 꼽힌다.

앞서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는 400억 달러(약 56조원)를 들고 ARM을 단독으로 인수하려 했지만 미국, 한국 등 관련 규제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삼성전자도 '메모리 반도체 1위, 시스템 반도체 2위'라는 시장 지위를 감안하면 단독 인수로 반독점 심사 문턱을 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ARM은 삼성전가 단독 인수가 아니라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공동 인수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ARM을 특정 기업이 인수하는 것을 반도체 생태계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박 부회장은 "여러 국가 업체들과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 확보를 통한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최고경영자)도 "경쟁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공동 인수에 힘을 실었다. 1990년 ARM 창립 당시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던 애플도 공동 인수 가능 업체로 꼽힌다.

인텔도 인수전의 연합군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업계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을 인수하는 것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겔싱어 CEO와 서울에서 만나 다각도로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선 특히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모바일 등에서 협력하는 방안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ARM 인수 논의도 당연히 나왔을 것으로 본다.

높은 인수금액도 단독 인수보다는 공동 인수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현재 ARM 예상 인수가는 50조~70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25조원으로 실탄 여력은 충분하지만 한꺼번에 50조~70조원을 쏟아붓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높은 몸값과 반독점 규제를 생각하면 단독 인수보다 공동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회동 이후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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