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RM 인수 시나리오 따져보니…유력한 방법은?

기사등록 2022/09/22 11:09:49

삼성, AST리서치 등 무리한 경영권 확보는 실패 사례도 불러

ASML, 코닝 등 전례 볼 때 지분 투자로 '조용한 우군' 확보 가능성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북중미·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9.21.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해외 출장 귀국길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날 계획을 직접 알리며, 삼성전자가 과연 영국 반도체 설계 IP 업체인 ARM의 지분을 얼마나 인수할 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ARM 인수합병(M&A)에 대해 협상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가운데 만약 이 딜로 삼성전자가 ARM 경영권을 확보할 지 촉각을 세운다.

삼성전자는 특히 이전까지 진행했던 M&A에서 인수 이후 조직 통합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없지 않다. 반면 네덜란드 ASML이나 미국 코닝 같은 지분 투자 사례는 경영권에 대한 집착을 버려 산업적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ARM 인수전 방식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경영권 인수 ▲컨소시엄 구성 ▲지분 투자가 대표적이다.

우선 삼성전자가 ARM 경영권 자체를 인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앞서 ARM을 인수하기로 했던 엔비디아의 M&A가 무산된 이유도 모바일 반도체 시장 지배력이 과도하다는 세계 각국의 독점 심사 결과 때문이다. 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경우 ARM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한다. 따라서 세계 주요국 경쟁 당국이나 반도체 기업들은 삼성전자가 ARM 인수에 나서면 즉각 제동을 걸 것이라는 진단이 들린다.

삼성전자도 무리하게 경영권을 확보했던 이전 M&A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단적으로 삼성전자가 1997년 인수한 세계 6위 컴퓨터 업체 미국 AST리서치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이 회사 지분을 2년에 걸쳐 51% 확보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획득했다.

이후 1년 6개월 만에 삼성전자에서 경영진을 파견하는 등 인적 '물갈이'에 나섰다. 그러나 이 시도는 AST리서치 내부 불만을 증폭시키며 핵심 인력이 이탈하는 등 분위기를 뒤흔들었다. 이 결과 AST리서치는 자본 잠식으로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퇴출 당했다. 가장 대표적인 삼성 경영권 확보의 실패 사례로 통한다.

삼성전자가 2017년 인수한 자동차 전장회사 하만도 경영권은 확보했지만 지금까지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하만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10조4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이다. 이는 인수 직전인 2016년 실적 (매출 8조원, 영업이익 6800억원)에서 거의 답보 상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ARM을 독자적으로 인수하기보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미국 퀄컴과 인텔, SK하이닉스 등이 이 컨소시엄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컨소시엄을 이뤄 공동 인수에 나설 경우 사업 경쟁력 강화 등에서 서로 목소리가 다를 수 있어 인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ARM 지분을 일부 취득하는 방식으로 인수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지분 인수로 ARM과 '조용하지만 강력한 연대'를 노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ARM 매각보다 기업공개(IPO)에 무게를 두는 만큼 이번 이 부회장과 회동에서 삼성전자에 지분 참여를 요청하며 상장 '인기몰이'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8월 네덜란드 장비 업체인 ASML에 7억7900만 유로(1조1400억원)을 투자해 3%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이 지분 투자 결과는 10년이 지나 초미세 공정 핵심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글로벌 디스플레이 글라스 시장 1위 기업인 미국 코닝과의 지분 교환도 긍정적인 사례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3년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지분을 코닝에 넘겨주는 대신 코닝 전환우선주를 사들였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를 보통주로 전환해 코닝 지분 9%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코닝과 지금까지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장기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소유하되 지배하지 않겠다'는 삼성전자의 이 M&A 전략은 ARM 지분 투자로 우군을 확보하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구체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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