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ARM 인수 의지]③인수 최대 고비는 '독과점 심사'

기사등록 2022/09/22 06:03:00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북중미·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9.21.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가 ARM(암)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가장 큰 난관은 '독과점 심사'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앞서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무산된 것도 역시 세계 각국 규제당국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 M&A(인수·합병) 시장은 최근 수 년간 숱한 실패 사례들을 남겼다. 하나 같이 세계 규제당국의 독과점 심사 벽을 넘지 못해서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불발된 것 외에도 반도체 웨이퍼 점유율 3위 업체인 글로벌웨이퍼스는 4위인 독일의 실트로닉을 인수하려다 불발됐다.

특히 각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한층 엄격해졌다. 반도체 M&A 결과로 기술·생산능력이 유출될 수 있는 만큼 각국 경쟁당국은 결정이 더 신중해졌다.

자국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로 승인을 내주지 않는 사례도 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 무산 역시 각국 경쟁 당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각각 모바일과 그래픽칩 분야의 절대 강자인 두 회사가 합치면 시장 지배력이 과도해진다는 우려 때문에 승인을 내주지 않은 것이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카드(GPU) 설계 업체로, 메모리 반도체의 매출이 70%가 넘는 삼성전자와 동일선 상에서 보기 어렵지만 규제 당국의 서슬 퍼런 심사를 고려하면 M&A에 난관이 예상된다.

엔비디아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번 ARM 인수전은 여러 국적의 회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여러 반도체 기업들이 ARM에 대한 공동 인수 의향을 밝힌 상태다.

SK하이닉스 박정호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여러 국가의 업체들과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 확보로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최고경영자)도 "경쟁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ARM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여온 팻 겔싱어 인텔 CEO도 지난 5월 이재용 부회장과 서울에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인텔이 삼성전자에 ARM 인수전 공동 참여를 요청했을 것으로 관측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00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몸값과 규제 당국 심사 등을 고려했을 때는 암사를 단독으로 인수하는 것은 쉽지 않게 됐다"면서 "최근 컨소시엄 구성 논의가 곳곳에서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ARM을 공동으로 인수할 경우 업체들이 기대하는 사업 경쟁력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더욱이 최근 ARM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이다.

현재 퀄컴, 애플, 인텔, AMD 등 대부분의 반도체 제조사들이 암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설계 전체를 가져오거나 일부를 차용하는 방식으로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설계 자산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소스 코드 무료 공개)인 '리스크 파이브(risc-v)'를 반도체 개발에 채택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다.

현재 ARM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모바일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앞으로 클라우드 등 미래 반도체 산업에서는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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