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ARM 인수 의지]①왜 ARM을 인수하려 하는가

기사등록 2022/09/22 06:01:00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북중미·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9.21.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인수 의사를 밝힌 ARM(암)은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Intellectual Property) 업체다. 199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기업이나 퀄컴 같은 반도체 설계 업체와는 또 다른 수익 모델을 갖는다.

바로 반도체 업체들에게 반도체 설계도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받아 수익을 얻는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퀄컴도 ARM의 아키텍처(설계도) 라이선스를 구매해 자체 규격에 맞게 변경해 사용한다.

ARM은 당초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 구조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반도체 IP 설계 업체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95%가 ARM이 설계한 반도체 IP를 사용한다. 세계 각국에서 500개가 넘는 반도체 업체들이 ARM의 반도체 IP를 도입하고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ARM은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업체들을 두루 고객사로 두고 있다.  ARM은 직원이 6000명 정도로 분기 매출은 7억 달러 선으로 알려졌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일찌감치 ARM의 성장성을 주목했고, 2016년 7월 243억 파운드(당시 한화 36조원)을 주고 ARM을 매입한다.

하지만 손 회장이 ARM을 인수한 이후 ARM에게 자체 반도체를 만들 것을 요구했지만 ARM은 반도체 설계 IP만 제공한다는 수익모델을 고수했다.  이로 인해 손 회장과 ARM이 갈등을 빚었다는 이야기가 많다.

급기야 2020년 9월 전 세계 그래픽처리장치의 강자인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려 했지만 세계 주요국의 독과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며 인수가 좌절됐다.

ARM은 PC 칩과 모바일 칩은 물론 자체 서버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특히 ARM 기반 모바일 기기와 호환성이 좋은 ARM 기반 클라우드의 발전은 ARM이 PC, 모바일, 서버를 아우르는 반도체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게 했다는 진단이다.

ARM은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사업 확대 의지와도 연관이 깊다.  이전까지 삼성전자 같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는 세트(완성품) 업체의 주문대로 반도체를 만들어 공급하는 역할만 해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앞으로 정보통신(IT) 기기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중심 역할을 하는 '메모리 센트릭(Memory Centric) 컴퓨팅'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ARM의 시스템 반도체 아키텍처가 필수라는 평이다.

일부에선 삼성전자가 ARM 인수를 추진한다면 인텔을 비롯해 세계 주요국의 반도체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독과점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 전문가들은 만약 삼성전자를 비롯해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컨소시엄으로  ARM 인수에 나설 경우 중국 경쟁 당국이 인수를 반대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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